영화 끝나고 첫마디는 ‘고생 정말 많이 했겠다’

“흥행에 대한 중압감은 물론 큽니다. 하지만 ‘마이 웨이’는 스케일과 시각적인 면에서 한국 영화가 시도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을 선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관객들에게 실망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4’와 ‘마이 웨이’를 보는 관객들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장동건
●“7년간 쉰 강제규 감독 감 여전하더라”

순 제작비 280억원을 들인 ‘마이 웨이’로 돌아온 장동건(39)에게서는 개봉(21일)을 앞둔 배우의 초조함을 읽을 수 없었다. 대신 대작의 촬영을 무사히 마친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났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장동건을 만났다.

“어제 아내(고소영)와 함께 영화를 다시 봤는데, 소영씨가 두세번 눈물을 흘리더군요. 영화가 끝난 뒤 첫마디가 ‘고생 많이 했겠다’였어요(웃음).”

장동건은 육상 유망주였지만 2차 세계대전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군에 징집된 뒤 러시아군, 독일군으로 군복을 갈아입는 김준식 역할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한때 육상 라이벌이었던 일본군 장교 하세가와 다쓰오(오다기리 조)와 깊은 우정과 인간애를 나누게 된다. 하세가와에 비해 준식의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처음에는 준식도 하세가와처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변화하는 캐릭터였지만, 전작인 ‘태극기 휘날리며’의 진태와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어서 영화 중심을 잡고 주변 사람을 변화시키는 상징 인물로 가기로 했어요. 솔직히 감정의 폭이 넓은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보여지는 것은 작아도 큰 감정을 연기해내고 싶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연기했습니다.”

그는 자기 확신이 강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강제규 감독이 극 중 준식과 많이 닮았다며 웃었다. ‘태극기’ 이후 다시는 전쟁 영화를 하지 않겠다던 장동건과 강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7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7년 동안 (강 감독의) 감이 좀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첫날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습니다(웃음).”

●“오다기리 조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는 배우”

일본 톱스타 오다기리 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유연하고 훈련이 잘된 배우”라고 평가했다. 촬영 현장에서 라이벌 의식보다 서로 의지하는 부분이 더 컸다는 장동건은 “시나리오가 나오면 배우 캐릭터가 정해지고 그 속에서 으레 장단점이 보이게 마련인데, 오다기리 조는 단점도 장점으로 바꾸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연기 경력 20년. 그에겐 여전히 ‘대한민국 대표 미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제 그런 말을 들으면 미안하죠. 예전에는 연기 말고 다른 것(외모)에 집중되는 게 불만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영화 ‘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았고, 연기자로서 가진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간극을 메꿔야 한다는 초조함이 항상 있었고, 한계를 느낄 때마다 자괴감에 빠진 적도 많아요. 좀 더 노력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후 영화를 보는 시각도 변했다는 장동건. 그의 ‘마이 웨이’는 무엇일까. “준식이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갔던 것처럼 자연인 장동건과 배우 장동건의 삶을 현명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지켜 나가는 것 아닐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