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옥탑방’ ‘더킹’ 등 남녀배우 나이 역전

스크린에서 일기 시작한 ‘누나와의 로맨스’가 안방극장에서도 대세로 자리하기 시작했다.

최근 선보이는 일련의 로맨틱 드라마에서 연상의 여배우와 연하의 남자배우 조합이 잇따르고 있는 것.

그러나 영화가 극 내용에서도 누나와의 로맨스를 부각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두 배우의 나이 차이를 철저하게 ‘덮고’ 간다. 남녀 주인공의 실제 나이는 연상녀-연하남 조합이지만 극중에서는 동갑이거나 오히려 그 반대로 설정하기도 한다.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
◇여배우들 “죄송해요..그런데 행복해요~” = MBC 수목극 ‘해를 품은 달’의 한가인(30)은 김수현(24)보다 여섯 살 많다. 극중에서는 한가인이 연기하는 연우가 김수현이 연기하는 이훤보다 두세 살 아래로 설정돼 있다. 한마디로 한가인은 극중 실제나이보다 8-9세는 어려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인이 극중 상대하는 또 한 명의 남자배우인 정일우(25)도 김수현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을 뿐이다.

이에 한가인은 드라마에 제작발표회에서 “정말 죄송하다. 두 사람(김수현·정일우)과 나이 차이가 꽤 있다”며 “굉장히 부담스럽긴 하지만 어려보이는 게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가인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연우라는 극중 역할로 나오기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연우로 봐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4일 첫선을 보이는 SBS ‘옥탑방 왕세자’의 한지민(30)과 박유천(26)도 한지민이 네 살 연상이다. 하지만 이들도 극중에서는 나이가 역전된다.

직전작인 ‘빠담빠담’에서 자신보다 아홉 살 많은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던 한지민은 드라마의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연하의 상대배우랑 연기할 기회가 와서 선택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에 상대 배우가 저보다 어린 친구라고 해서 설레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여기에 하지원(34)은 무려 아홉 살 어린 이승기(25)와 오는 14일부터 MBC 새 수목극 ‘더킹 투 허츠’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에 앞서 MBC ‘개인의 취향’에서는 손예진(30)과 이민호(25)가 다섯 살 차를 극복하고 연인 연기를 펼쳤다.

이런 흐름 속에서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의 홍수현(31)-정겨운(30)이나 SBS ‘시티헌터’의 박민영(26)-이민호(25)처럼 고작 한 살 차이가 나는 커플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에 ‘명함도 못 내미는’ 경우다.

◇남자배우들 “누나라고 안 느껴져요~” = 남자배우들은 대체로 연상의 여배우가 연기하는 데 더 편하다고 말한다.

여배우가 연상일 경우 대체로 연기경력에서도 선배라 연기 면에서 의지도 할 수 있고 많은 도움을 받는다는 것. 또 연기에 빠지면 나이차도 못 느낀다고 말한다.

’옥탑방 왕세자’의 박유천은 한지민과의 호흡에 대해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요즘 대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지민 누나를 처음 보고 어떻게 저분이 저 나이일까 생각했다.(웃음) 저보다 네 살 누나라는 느낌을 전혀 안 받았다. 나이차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개인의 취향’ 당시 손예진에 대해 “파트너로서 예진 누나와의 호흡이 중요하지 않나”라며 “누나에게 이런저런 제안을 많이 하는데, 누나가 연기에 대한 분석이 워낙 뛰어나서 함께 연기하면서 감탄을 하기도 할 정도다. 많이 배우고 있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남자배우의 경우 어려서부터 동경해오던 여배우와의 호흡에 대한 환상도 있다.

김수현은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과 호흡을 맞추게 데 대해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한가인 선배의 팬이었는데 한 작품에서 만나게 돼 영광이다. 내가 (지금 위치까지)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기분 좋아했다.

이승기 역시 ‘더킹 투 허츠’에서 연기파 대선배 하지원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무척 기뻐하며 영광으로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하남과의 연애에 대한 판타지+배우 기근이 만들어낸 현상 = 이러한 남녀 배우 나이의 역전에 대해 방송가는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한다.

하나는 사회 전반적으로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지고 있고, 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연하남과의 연애를 한 번쯤 꿈꾼다는 점을 공략하는 것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특별기획총괄은 “현실에서 연상녀-연하남이 대세이기도 하고 기존의 연상남-연하녀 커플 조합을 뒤집는 파격도 재미를 준다”고 해석했다.

김 총괄은 “시청자가 지극히 정상적인 배우의 조합은 뻔하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다”며 “비록 극중에서 연상녀-연하남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아니더라도 캐스팅의 파격 자체에서 오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현재 20대 초반의 여배우와 30대 초반의 남자배우가 기근이라는 점이다. 자신있게 주인공으로 내세울 그 나이대의 배우가 없어 남녀배우의 조합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대표는 “특히 20대 초반 여배우층이 아주 얇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자배우보다 연상의 여배우를 찾게 된다. 배우층의 불균형과 빈곤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반대로 30대 초반의 ‘쓸만한’ 남자 배우 역시 희소하다. 주인공으로 내세울 한류스타들은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로 넘어섰고 그 아래로 스타급은 20대 초중반에 포진하고 있어 그 틈이 크다.

김영섭 총괄은 “결국 스타성과 함께 연기에 안정감을 주는 조합을 찾다 보니 연상녀-연하남이 대세를 이루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창식 대표는 “요즘에는 제작진도 캐스팅과정에서 배우의 나이를 잊는 경우가 많다. 나이보다 동안인 여배우도 많고, 또 나이대를 맞추려다보면 캐스팅을 못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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