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 공연에 2만 관객 열광

그가 왜 ‘살아있는 힙합의 전설’로 불리는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팝스타 에미넴은 19일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첫 내한 공연에서 특유의 폭발적인 랩 실력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장악력, 거침없는 입담까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며 2만 관객을 열광케 했다.

에미넴
에미넴이 등장한 것은 예정된 시간보다 20여분 가량 지난 오후 8시25분께였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 전면 전광판에 ‘에미넴, 복귀(EMINEM, RECOVERY)’라는 자막이 떠오르자 보조경기장 안은 관객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반바지에 흰 티셔츠, 후드 짚업 차림으로 나타난 에미넴은 정규 7집 ‘리커버리’ 수록곡 ‘원트 백 다운(Won’t Back Down)’으로 무대를 열었다.

이 곡을 시작으로 ‘쓰리 에이엠(3AM)’ ‘스퀘어 댄스(Square Dance)’ ‘W.T.P’ ‘킬 유(Kill You)’까지 연달아 다섯 곡을 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띄웠다.

”안녕 코리아”라는 짧은 인사 외에 별다른 멘트 없이 ‘속사포 랩’을 이어가던 에미넴은 여덟 번째 곡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짓(Cleanin’ Out My Closet)’ 순서가 되어서야 팬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여기 온 사람 중 부모와 문제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라며 농담을 건넨 뒤 “코러스를 같이해 달라”고 했고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지만 객석은 오히려 달아올랐다. 후드 짚업을 벗어던진 에미넴은 티셔츠가 흠뻑 젖을 만큼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며 랩을 쏟아냈고 관객 역시 박자에 맞춰 팔을 흔들며 한 곡 한 곡을 따라 불렀다.

특히 ‘라이터스(Lighters)’가 울려 퍼질 때는 관객이 일제히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켜고 흔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점점 고조되던 분위기는 에미넴의 오랜 동반자인 힙합 뮤지션 닥터 드레(Dr. Dre)의 등장과 함께 비등점을 넘어섰다.

에미넴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곡 ‘마이 네임 이즈(My Name Is)’ 도중 예고 없이 등장한 닥터 드레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함성을 보내는 관객을 향해 미소로 화답했다.

이어 에미넴과 함께 ‘넥스트 에피소드(Next Episode)’ ‘포갓 어바웃 드레(Forgot About Dre)’ 등 두 곡을 선보였다.

공연 하이라이트는 7집 수록곡 ‘낫 어프레이드(Not Afraid)’가 연주될 때였다.

에미넴은 노래에 앞서 팬들 덕에 자신이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고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힙합 영웅’의 귀환을 반겼다.

에미넴은 팬들과 함께 ‘낫 어프레이드’를 부른 뒤 자기 이야기를 담은 영화 ‘8마일’의 주제가인 ‘루즈 유어 셀프(Lose Yourself)’를 앙코르 곡으로 선보이며 70여분 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날 공연은 당초 사전 심의에서 ‘12세 관람가’를 받았다. 하지만 에미넴은 이를 별로 의식하지 않은 듯 평소와 다름 없이 비속어가 포함된 랩을 거침없이 선보였다.

특히 공연 말미에는 관객들을 향해 “아직 우리와 함께 하고 있나. 함께 하고 있다면 내 말을 따라해 달라”며 ‘F***’ ‘S***’ 등의 영어 욕설을 내뱉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에미넴은 70여분 간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 관객을 향해 수 차례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땡큐(Thank you)”라고 인사를 건넨 뒤 무대를 내려갔다.

’힙합의 제왕’을 떠나보낸 팬들은 그가 사라진 뒤에도 수십 분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공연장을 서성이며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이날 공연에는 에미넴이 설립한 레이블 ‘섀디 레코즈(Shady Records)’ 소속의 힙합 그룹 슬러터하우스(Slaughterhouse)가 게스트로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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