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출국 기자회견”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 존경”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주신다면 거절할 것 같진 않습니다.”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기덕(52) 감독은 29일 서울시내 한 영화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수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기덕 감독
’좋은 꿈을 꾼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특별히 꾼 꿈은 없고 영화제를 많이 가도 매번 그 영화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 7년 만에 가고 그게 ‘피에타’인 것이 나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많은 분들이 수상에 관심 가질 수 있지만 그전에 먼저 동시대 영화를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수업과 같다”며 “수상을 하면 해외 10개국에 팔릴 게 20개국, 30개국에 팔리는 기회가 되니까 주신다면 거절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을 받는다면 뭘 하겠다고 ‘공약’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간 상을 많이 받은 것 같고 조민수 씨나 이정진 씨가 굉장히 좋은 연기를 했는데 이분들한테 (상이) 하나라도 주어진다면 내가 받은 마음으로 느끼고 싶다”며 “혹시 받는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 1절을 부르겠다. 그리고 다음 영화를 꼭 만들겠다”고 답했다.

그는 베니스영화제에 대해 “그동안 마르코 뮐러 위원장 체제에서 한국영화들이 본선 진출을 못했다.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많은 한국영화들이 칸 영화제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집행위원장의 선택 성향이 우리 영화에 초점을 두지 않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하며 “이번을 계기로 동시대의 한국 감독, 후배들이 국제적으로 소개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를 본인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하느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영화 역사에서 최고의 영화는 없고 세상 모든 상황을 영화 한 편에 응축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느끼는 세상의 온도에 대한 영화, 내가 그 시대에 느낀 한 조각일 뿐이고 그래서 이전에 만든 영화나 ‘피에타’나 모두 최고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 “전엔 페이퍼(신문)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했는데 아무리 많은 얘길 해도 그 언론사나 기자의 시각이 강조돼서 편집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연예 방송은 문맥을 자르진 못하더라. 말을 하면 고스란히 잘 전달이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두드림’을 나가도 김기덕은 김기덕이고 ‘강심장’을 나가도 김기덕은 김기덕이다. 내가 하는 말은 내 의식을 토해내는 것이니까 별 차이점은 못 느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의 특징에 대해 “엄마와 아들이란 구도로 이야기가 이뤄져 가는데 엄마로서의 미안함과 아들이 느끼는 엄마의 부재가 잘 충돌하고 있고 그 안에서 서서히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해가는 구조”라며 “내가 말하고 싶은 주제는 현대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식인화하는 사회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작은 수직사회가 거대한 수평사회가 되길, 각자가 모두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최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가서 현대사회가 지나친 수직경쟁구도라는 얘기를 하면서 존경하는 분으로 손석희 교수와 이창동 감독을 거론했는데 한 명을 빼먹었다. 정치인으로서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문재인 씨가 나한테 배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년여간의 은둔 생활이 이번 영화에 영향을 끼쳤느냐는 질문에는 “중요한 건 내 스스로의 욕망과 욕심이 불씨가 아니었나 싶다. ‘피에타’와 앞으로 만드는 영화들은 내 과거 경험이 만든 답안지 같다고 할 수 있다. 3년의 시간은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단련시키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그에 관련된 사람이나 상황에 감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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