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 미니앨범 ‘희망한다’로 복귀

지난해 9월 MBC ‘나는 가수다 시즌2’에서 유독 눈길을 끈 사내가 있었다. 당시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12명의 ‘재야 고수’들을 A·B조로 나눠 ‘새가수 초대전’을 벌이고, 각 조 1위를 본 경연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박희수(39)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를 특유의 미성으로 불러 박수를 받았지만, 1위는 여성로커 소찬휘에게 내줬다. “아이한테 보여 주고 싶어 출전했다. 아빠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실력도 부족했고, 너무 (연습을) 오버했다. 목이 아파 소리도 제대로 못 냈다”며 웃었다.

1998년 ‘그 어느 겨울’로 데뷔한 뒤 석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방황은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미사리 카페에서 노래하던 그는 지난해 초 캠핑카를 구해 아내와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전국을 돌면서 거리공연을 벌였다. 그는 “음악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날 찾지 않으면 내가 먼저 찾아가자고 발상을 바꿨다. 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게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이기도 했다. 학원 영어 강사를 하던 아내도 휴직하고 따라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캠핑카 생활이 불편한 점도 많지만, 매일 마당이 바뀌는 장점도 있다”며 웃었다. 다만 혹독한 추위를 피해 양평에 임시로 방 한 칸을 얻었다고 했다.

박희수가 미니앨범 ‘희망한다’로 활동을 재개했다. 웬만한 여자가수보다 미성인 목소리는 여전하다. 대신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2008년 말 정규 3집 ‘절애’는 쥐어짜듯 절절했다. 반면 ‘희망한다’는 가사나 창법 모두 밝고, 담백하다. 지난 3일 서울대공원에서 쇼케이스도 열었다. 동물원을 택한 건 새 앨범이 몇해 전 동물원을 탈출했던 말레이 곰 꼬마, 동물원 스타였던 로랜드고릴라 고리롱, 잔점박이 물범 등을 소재로 삼았기 때문. 그는 “2008년부터 서울대공원 온실식물원의 ‘겨울음악회’ 등에서 노래할 기회가 있었다. 나와 아내 모두 일을 열심히 했는데 삶은 나아지는 게 없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에도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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