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로케 예능프로그램의 빛과 그림자

최근 방송사들마다 해외 로케로 제작된 예능프로그램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SBS ‘정글의 법칙’(왼쪽)과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br>SBS 제공<br>
최근 연예인들이 해외로 나가 ‘고생’을 자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있다. 낯선 땅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어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프로그램의 포맷이 점차 비슷해지는 데다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시청자들 눈에는 ‘연예인들의 외유’로 비치기도 한다.

SBS ‘정글의 법칙’은 마다가스카르, 뉴질랜드, 시베리아 등 오지에서 출연진이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며 생존해가는 과정을 관찰하듯 그리고 있다.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은 출연진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인처럼 일하며 하루 생활비를 마련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다음 달 방영 예정인 MBC ‘파이널 어드벤처’는 ‘생존 경쟁’을 표방하며 태국과 북마리아나제도의 오지에서 운동선수, 연예인, 모델 등으로 구성된 7개 팀이 레이스를 펼친다.

이들 해외 로케 예능프로그램은 이국땅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생존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리얼리티’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또 정글과 사막, 초원 등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자연 환경을 카메라에 담아 대리 만족을 하게 해 준다. ‘정글의 법칙’은 한때 조작 논란에 휩싸였지만 숲에서 잘 곳을 마련하고 맨손으로 사냥하는 등 오지에 적응해가는 생생한 모습을 담아 시청률 15% 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보여주는 푸근한 인심과 열렬한 호응은 ‘덤’이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비슷한 포맷이 자기복제하듯 등장해 식상함을 주기도 한다. 콘셉트가 ‘극한의 상황에서 펼쳐지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국한된 탓이다. ‘파이널 어드벤처’는 오지에서의 생존을 목표로 체력과 인내심, 지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겨룬다는 점에서 ‘정글의 법칙’이나 KBS ‘도전자들’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매회 탈락자가 결정되며 의식주 해결이 아닌 레이스를 펼친다”면서 “‘도전자들’과는 달리 시즌을 정해 진행된다”고 차이점을 설명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참신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MBC가 지난해 5부작으로 방영한 ‘정글러브’ 역시 남녀 출연자들이 문명 세계에서의 스펙과 능력을 배제한 채 정글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는 내용으로 ‘정글의 법칙’과 ‘짝’을 섞어놓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연예인이 얼마나 고생하겠어?”라는 시청자들의 편견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저 ‘연예인의 해외여행’쯤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맨발의 친구들’은 현지인처럼 24시간을 자급자족하라는 절박한 미션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은 그리 절박하지 않다.

출연진이 스스로 돌아다니며 일거리를 찾는 과정 없이 이미 정해진 이동 동선과 일거리를 그대로 따른다. 현지인들은 외국에서 온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미션 수행 과정이 너무 쉬운 데다 왜 이들이 외국까지 가서 고생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탓에 김현중, 은혁 등 아이돌 스타를 내세웠는 데도 시청률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히 해외로 나가는 것 만으로는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다”면서 “외국의 풍경을 멋지게 담거나 한류와 연관시키는 등 ‘왜 해외로 나가나’에 대한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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