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 차 가수, 8년 만에 새 음반 내며 첫 뮤직비디오 찍어… 후배들과 작업 눈길

통기타를 둘러메고 ‘아침 이슬’을 간절히 부르던 양희은(62)은 197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한동안 라디오 DJ와 방송, 공연으로 팬들을 만나 온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전설적인 포크 가수로 회자됐다. 그런 그가 다시 새로운 모험에 나섰다. 8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것으로도 모자라 난생처음 뮤직비디오를 찍고 ‘레옹’으로 분장했다. LP 시대에 활동했던 그가 디지털 싱글을 발표하는가 하면, 라이브 카페에서 쇼케이스도 열었다.

양희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제가 ‘웃기는 아줌마인데 노래도 잘한다’ 정도로 알더라고요. 젊은 PD들이 저를 취재해도 제 70, 80년대 노래를 잘 모르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44년 차 가수의 여유는 고스란히 묻어났다. “가수가 살아 있는 건 노래를 통해서입니다. 이제는 기지개를 켜고 최선을 다해 (음악 인생을) 잘 마감하자는 생각입니다.”

19일 공개되는 새 음반 ‘2014 양희은’은 한 곡 한 곡이 저마다 다른 색깔을 뿜어낸다. ‘나영이네 냉장고’는 잔잔한 듯 경쾌한 스윙 리듬을 기반으로 한 포크 재즈, ‘서른 즈음에’ 작곡가 강승원과 호흡을 맞춘 ‘당신 생각’은 감미로운 팝 발라드의 듀엣곡이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말’은 기타와 피아노, 첼로 단 세 악기로만 편곡된 잔잔한 발라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두 넘버를 편곡해 듀엣곡으로 만든 ‘넌 아직 예뻐’는 동생 양희경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보컬이 뮤지컬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양희은의 풍부하고 여유로운 보컬은 굳이 변화를 주지 않아도 다양한 장르의 모든 곡에 맞춤옷처럼 들어맞는다.

장르만큼이나 노래들에 담긴 메시지도 다채롭다. ‘나영이네 냉장고’에서는 ‘아침밥을 먹어야 든든하다’며 자식들의 엉덩이를 토닥거리고 ,‘참 좋다’에서는 삶의 찬란한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하루만’에서는 삶에 대한 열망을, ‘나는 사랑할 거야’에서는 뜨거운 자기애를 노래한다. 위로와 격려, 삶에 대한 성찰과 관조 등 예순두 살의 가수가 전하는 이야기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공감과 위로를 추구하는 최근의 대중문화계 트렌드와도 포개진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갈구하듯 그는 후배들과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한철, 육중완(장미여관), 한동준, 강승원 등 함께 작업한 뮤지션 중에는 난생처음 얼굴을 마주한 이들도 있었다. 후배 연예인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완성한 ‘나영이네 냉장고’ 뮤직비디오는 파격에 가깝다. 개그우먼 송은이가 메가폰을 잡은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운 선글라스를 끼고 젊은이들을 타이르는 등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신선한 발상이 달린다”며 “젊은 후배들과 함께하면 기를 받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음반 발매와 별개로 그는 ‘뜻밖의 만남’이라는 프로젝트도 이어 가고 있다. 후배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한 곡을 하나씩 디지털 싱글로 공개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윤종신과 이적이 참여했다. 그는 다음달 11~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새 음반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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