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발견’ 혁오·’차트 이터’ 크러쉬, 멜론 1·2위

밴드 혁오와 알앤비(R&B)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23)가 대형 아이돌 가수들을 누르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올여름이 걸그룹 대전이라고 떠들썩하지만 13일 오전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의 1·2위는 혁오의 ‘와리가리’와 크러쉬의 ‘오아시스’(Oasis)가 차지했다.

지난 7일 소녀시대의 ‘파티’에 이어 13일 인피니트와 갓세븐이 각각 신곡을 내며 맹공을 펼쳤지만 두 팀은 개성 강한 음악으로 호평받으며 역공했다.

걸그룹 중 씨스타의 ‘셰이크 잇’(SHAKE IT)만 1주일 넘게 1위를 지키고 이날도 혁오와 크러쉬에 이어 멜론 3위에 오르며 체면치레를 했을 뿐 다른 걸그룹은 1위를 찍더라도 하루도 못 버틴 채 밀려났다.

지난 5월 발표한 ‘와리가리’는 혁오의 보컬 오혁(22)이 지난 4일 MBC TV ‘무한도전 가요제 2015’에 출연하며 엄청난 화제가 되자 차트에서 무서운 역주행을 시작했고 정상까지 치고 올라갔다. ‘무한도전’의 정형돈이 “스타로 만들어주겠다”던 호언장담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이란 국민적인 인기 프로그램 효과가 주효했지만 음악적인 완성도가 없었다면 절대 이룰 수 없는 성과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혁오는 흑인음악적인 요소와 소프트 록 등 여러 요소를 융합해 자기만의 음악 스타일을 찾았다”며 “인디 록이 주는 거칠고 투박한 일반적인 느낌이 아니라 젊은층이 공감할 지금 취향의 새로운 느낌이다. 한 마디로 음악이 ‘힙하다’(세련되고 현대적이란 은어)는 느낌을 주면서 상당히 친화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 아이돌 음반기획사 홍보실장도 “혁오라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발견’이 시작된 것 같다”며 “몰라서 좋아하지 못한 음악, 나만 알고 즐기며 희열을 느낀 음악이 ‘무한도전’이란 플랫폼을 타고 대중적으로 발견된 경우다. 앞으로 혁오가 내는 음악을 찾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러쉬는 지난 9일 블락비의 지코가 피처링한 ‘오아시스’를 공개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며 복병으로 떠올랐다.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이뤄낸 결과지만 그는 이미 지난 2월 자이언티와 발표한 ‘그냥’으로도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젊은 음악팬들 사이에서 ‘차트 이터’(Chart Eater)로 불리는 가수다.

올해 초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알앤비&솔 음반상’을 받는 등 음악성도 인정받았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폭넓지 않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요 프로그램 대기실에서 만난 한 걸그룹 멤버는 “크러쉬의 음악에 꽂혀 매일 듣고 다닌다”며 “흑인 음악 감성의 보컬에 신선한 사운드, 특히 재치있는 가사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소속사 아메바컬쳐도 “올여름 걸그룹의 음악이 많이 나와 여자 입장을 대변한 곡들이 많다면, 크러쉬는 남자 입장에서 얘기하는 사랑 노래여서 한층 신선하게 들린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들의 반향에는 아이돌 가수들의 음악에 피로도가 쌓인데 대한 반작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다.

한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 PD는 “여름을 겨냥한 걸그룹의 노래들이 비슷한 느낌”이라며 “여름 콘셉트에 맞춘 음악과 춤, 패션스타일로 무장한 이들이 대거 쏟아지면서 차별화되지 않자 대형 그룹도 주목받기 힘들었다. 식상한 음악에 피로를 느끼는 속에서 혁오와 크러쉬의 음악이 되레 신선하게 다가온 점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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