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응답하라 1988’ 이 남긴 것

지난 2개월 반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려 28년전인 1988년 이야기에 신인들의 대거 기용으로 연출자인 신원호 PD 조차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드라마는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고 마지막회는 역대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인 19.6%을 기록해 방송계의 새 역사를 썼다.
 
 따뜻한 휴머니즘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아날로그적이고 촌스럽기까지한 1980년대 이야기에 왜 이토록 뜨겁게 응답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지닌 따뜻한 휴머니즘에 기인한다.
 경제 불황과 무한 경쟁 속에 앞만 보고 홀로 외롭게 달려온 한국인들은 사람 사는 냄새 가득 했던 1980년대를 추억했고 그 시절 쌍문동 골목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이웃끼리는 작은 음식도 나눠먹고 즐거운 일,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눴고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진한 우정이 있었기에 힘든 시절을 이길 수 있었다. ‘응팔’은 재벌 드라마에 지치고 ‘수저 계급론’에 상처받은 시청자들을 보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일깨웠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시청자들은 팍팍하고 이기적인 삶 속에서 잊고 살던 인간의 따뜻한 본성과 착한 사람들의 휴머니즘을 강조한 ‘응팔’의 전반적인 정서에 응답한 것”이라면서 “디지털 문화에 단절되고 혼자 살아가는데 외로움과 한계를 느낀 젊은층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와 공동체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세대 공감형 드라마
 우리 시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응팔’은 쌍문동 골목 사람들 누구하나 소외시키지 않았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이야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전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코미디를 책임진 라미란-김성균 부부와 가슴 찡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준 성동일-이일화 부부에 이어 택이 아빠 최무성과 선우 엄마 김선영의 재혼 이야기를 비중있게 다루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까지 성동일의 명예 퇴직과 라미란의 폐경 에피소드가 어졌고 드라마가 방영되는 10주 연속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남녀 10~50대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덕선의 남편은 천재 바둑기사 택(박보검)으로 밝혀졌지만 올해는 더 알쏭달쏭한 ‘남편 찾기’에 관심이 집중되며 후반부에 들어 로맨스 추리극으로 변모했다. 초반에 정환(류준열)이 무뚝뚝해보이고 평범한 외모지만 속깊은 매력으로 인기를 누렸고 순수한 미소가 매력인 택(박보검)이 인기의 쌍벽을 이루면서 인터넷에는 양측의 응원전이 팽팽했다. 덕선 역의 혜리는 ‘긍정 소녀’ 이미지로 CF로만 약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주요 출연진은 무려 55개의 광고에 출연했다. 각종 광고와 VOD 매출을 합치면 이 드라마의 수익은 221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감성 자극한 리얼리티의 힘
 ‘응팔’은 1980년대 당시 소품은 물론 드라마, 개그, 영화, 광고 등 당대 대중문화를 고스란히 불러내 거부감 없이 추억 여행에 빠져들게 했다. 그중에서도 그 시대의 음악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격인 ‘청춘’을 비롯해 ‘소녀’, ‘그대 내게 다시’, ‘어젯밤 이야기’, ‘나 항상 그대를’ 등 80년대 가요는 극의 주요 장면마다 흘라나와 감성 지수를 높였고 드라마 OST는 방영 내내 가요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호식 CP는 “‘응팔’은 사전 준비 기간이 길었고 1/3 정도 촬영을 한 상태에서 방송에 들어가는 등 작품의 리얼리티에 공을 들였다”면서 “음악을 통해 드라마의 따뜻한 정서를 극대화시키고 시청자들의 감성을 배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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