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버지의 눈이 되어 어디든 함께 다니는 소영씨는 지적 장애 2급이다. 어디서든 천덕꾸러기였던 소영씨의 과거는 행복하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늘 사람들이 부족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게 장애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스물여덟살 때였다. 2008년 함께 사는 딸의 말과 행동이 어눌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는 소영씨를 병원에 데리고 가고, 진단 결과 지적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늦은 발견이었다. 아버지에겐 부모로서 무책임했던 죄책감과 시력을 잃은 자기 연민이 늘 함께 따라다닌다.
세상의 잣대로는 조금 부족한 딸이지만, 부녀는 서로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버팀목이 되어 또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다. 배울 수 있고,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소영씨의 소박하지만 큰 울림을 주는 행복론을 들어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