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연말 결산 무대.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무대에서 대상의 영광은 필리핀에서 온 헬렌 만시오 파페레라스(34) 씨에게 돌아갔다. 지난 1년간 각 지역에서 입상한 255팀 중 예심을 통과한 22팀이 경합을 벌인 결과였다.

지난 28일 방송된 KBS 1TV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산 무대에서 대상을 차지한 필리핀 출신 헬렌 만시오 파페레라스 씨. 헬렌 만시오 씨는 200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강원도 춘천에 거주하고 있다. <br>KBS 제공
결선은 2주 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녹화로 진행됐지만, 그 때의 감동을 TV로 보는 건 또 다른 기쁨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TV에서 음악 방송을 볼 때면 ‘저런 큰 무대에 한 번이라도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나온 방송을 보니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또다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족이 ‘전국노래자랑’ 연말 결산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지난 2011년 박비엔나(필리핀) 씨 이후 3년 만이다.

헬렌 만시오 씨는 “한국어는 아직 부족하지만 노래에 담긴 감정을 잘 전달하려고 했다”며 “진심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비결을 전했다.

필리핀에서 성가대로 15년 동안 활동하며 가수의 꿈을 품었던 헬렌 씨는 2008년 겨울 강원도 춘천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친구에서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이듬해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영어강사로 일하며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살던 그는 지난 9월 춘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며 오랜 꿈과 다시 만났다.

거침없는 가창력으로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멋지게 소화하며 당당히 1등을 차지한 그는 결선 무대에서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를 택했다. 남편과 추억이 깃든 노래였다.

”예전에 영화 ‘님은 먼 곳에’(2008)을 남편과 함께 봤는데 그 속에서 그 노래가 나오자 남편이 한국에서 유명한 노래라며 저한테 한 번 불러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열심히 배워서 불렀죠. 춘천에서는 신나는 노래를 했지만 이번 결산 무대에서는 좀 분위기가 다른 노래를 하고 싶어서 이 노래를 골랐어요.”

그의 무대를 보기 위해 필리핀에서도 가족들이 찾아왔다. 당당하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현장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헬렌 만시오 씨는 “큰 무대에 처음 서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며 “좀 부족했지만 사람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줘서 감동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지금은 지역의 유명 인사가 되고, 제자들에게도 인정받고 있지만, 그 역시 처음에는 다른 이주여성들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국말이 너무 어려웠고, 문화도 이해 못하는 것들이 있었어요. 어른들을 대하는 문화가 필리핀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존댓말부터 해서 여러가지 많은 것들을 신경써야 했죠. 하지만 천천히 배워갔어요. 나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고, 계속 적응하려고 노력했지요. 남편이 요리부터 한국말 공부까지 옆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노래는 낯선 한국생활에 활력소이자 즐거움이었다.

그는 “노래를 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한다”며 “계속 취미로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KBS 제공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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