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이르기까지 숱한 예능·드라마 성공

“세 번째 작품이 잘 될 리 없어요. 이번에 망하면 그만 하겠죠.”

신원호 CJ E&M PD<br>연합뉴스
신원호(41) CJ E&M PD가 지난해 11월 5일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기대감을 낮추려는 전략이기도 했겠지만, 어쨌거나 신 PD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지난달 종영한 ‘응팔’은 국내에서 케이블 방송이 1995년 시작된 이후 최고 시청률(19.6%)을 기록했다. 드라마가 불을 붙인 복고 열풍은 올겨울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KBS 예능 PD 출신인 신 PD는 ‘응팔’에 이르기까지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숱한 작품을 성공시켰다.

22일 오후 서울 상암동 KBS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신 PD는 “제가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승률을 갖게 된 원인을 돌아보니 유연성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KBS방송아카데미가 개최한 특강 시리즈 ‘스타PD에게 듣는다’ 4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삶에 법과 도덕 같은 원칙이 있으면 정말 편해요. 우리가 글로 배운 것이든, 스스로 배운 것이든, 경험칙이든 원칙이 쌓이면 회로가 완성되는데 회로가 많아지면 결국 꼰대가 돼요. 이때 회로 어느 하나를 망가뜨리는 놈이 이긴다고 봐요. 회로가 오작동하면서 이상한 결과물이 나오는 거죠.”

신 PD가 KBS 2TV ‘해피선데이’에서 탁재훈과 신정환을 내세운 코너 ‘불후의 명곡’을 기획할 당시만 해도 예능국에서는 음악으로 하는 버라이어티는 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음악이 나오는 동안 웃길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신 PD는 “다들 (노래 버라이어티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뒤집어 보면 다들 안 만들어 봤다는 이야기였다”면서 “그저 스쳐간 유행가가 아니라 기억과 문화, 역사가 켜켜이 쌓인 걸 헤집어 보면 또다른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신 PD는 초년병 시절 맡았던 코너 ‘공포의 쿵쿵따’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점을 소개하면서, “분당 시청률 50%도 넘어갔던 그 코너를 했던 시절의 기분과 맛, 그것이 제가 지금 나쁘지 않은 PD로 행세할 수 있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내가 만든 노작을 알아주는 것이 방송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재미의 본질이에요. 저는 그래서 여러분이 성공하는 맛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이 필드에서 성공했을 때 느껴지는 기분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한번 맛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맛을 한 번 봐야, 맛의 대상이 있어야, 욕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방송 분야 진로를 모색하는 청년 2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날 특강은 KBS예능국장 출신인 박태호 KBS미디어콘텐츠기획본부장과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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