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은 드라마 한 편, 열 영화 안 부럽다?’

리스크 관리는 주식에만 있는 용어가 아니다. 배우들도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성공한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 분산 투자를 잘해야 배우로서 위기를 극복하고 꾸준히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매체는 바로 TV 드라마다. 드라마는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흥행에만 성공하면 높은 인기와 새로운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요즘 영화판을 주름잡던 배우들이 안방극장으로 ‘U턴’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으로 1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장동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해 200억 블록버스터 대작인 영화 ‘마이웨이’로 흥행의 쓴맛을 본 그는 이 드라마에서 까칠하지만 로맨틱한 매력을 가진 김도진의 캐릭터로 ‘미중년 스타’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출연료와 초상권 및 부가사업과 관련한 계약금액 등을 합쳐 회당 1억원을 받은 그는 이 드라마로 총 20억원을 벌어 13억원의 출연료를 받은 영화 ‘마이웨이’에서보다 실속도 챙겼다.

역시 ‘신사의 품격’에서 임태산 역으로 출연해 ‘로맨틱 가이’로 변신에 성공한 김수로는 “2시간 남짓 방영되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매주 2시간씩 두세 달에 걸쳐 그 인물로 살게 되니까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것 같다.”면서 “배우들끼리 드라마 한 편이 열 영화 안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월화극 안방극장에도 독한 마음으로 명예회복에 나선 스타들이 있다. 김정은은 KBS 월화 드라마 ‘울랄라 부부’에서 생애 첫 유부녀 연기를 감행했다. 전작인 종편 드라마 ‘한반도’가 100억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조기 종영한 아픔을 달래보려는 것이다. 김정은과 신현준의 코믹 연기에 힘입어 이 드라마는 방영 2회 만에 월화극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영화 ‘퍼펙트 게임’에서 연기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은 부진했던 조승우도 MBC 월화 드라마 ‘마의’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한다. 한편 ‘신의’ 후속으로 방영되는 SBS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김명민이 4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그는 이후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시작으로 최근 ‘연가시’와 ‘간첩’ 등 스크린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김명민은 “영화가 잘 안 돼서 드라마로 온다는 인식은 좀 안타깝다.”면서 “영화는 대중과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유준상은 여러 장르에 ‘분산 투자’를 하다 대박을 친 경우.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매년 쉬지 않고 꾸준히 연기를 해온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녹슬지 않은 연기 감각을 뽐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유준상은 “‘넝쿨당’에 출연한 이후 확실히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팬층이 넓어진 것을 볼 때 공중파 드라마의 위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기자들은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때 영화를 선호하기도 한다.”면서 “반면 드라마는 2~3개월 동안 시간과 체력 소모가 상당히 크지만, 시청률이 낮게 나오더라도 재방송까지 지속적인 노출이 가능해 낮아진 인지도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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