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영화제는 억압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예술혼과 창작의 열정을 보여준 이란의 반체제 영화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이란의 진보적인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4일(현지시간) 제65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영화 ‘택시’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는 단편부문에서 경쟁한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가 단편 황금곰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택시’로 베를린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 감독. 이란의 대표적인 반체제 영화감독인 그는 자신이 직접 택시를 몰며 테헤란의 승객들과 나눈 대화를 영화로 만들었다.<br>AFP 연합뉴스


나영길 감독


파나히 감독은 2000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고, 2006년과 2013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영화제에서 명성을 얻었다. 2010년 이란 정부로부터 반체제 인사로 분류돼 20년간 영화 제작을 금지당했지만 끊임없이 영화를 만들고 있다. 이번 수상작 ‘택시’는 파나히 감독이 스스로 노란색 택시를 몰고 다니며 테헤란의 다양한 승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을 담았다. 택시 요금 계기판에 모바일 카메라를 달고 영화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나히 감독은 현재 출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단편 황금곰상을 받은 ‘호산나’는 아픈 사람들을 치유하고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소년을 주인공 삼아 연출한 작품이다. 총 25분 분량의 작품으로 상처가 낫거나 되살아난 사람들은 되풀이되는 삶의 번뇌에 고통스러워하면서 소년에게 저주와 욕설을 퍼붓지만, 소년은 말없이 이들을 계속 치유하고 살려낸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 감독은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국 영화의 단편 황금곰상 수상은 2011년 61회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밖에 최우수감독상(은곰상)은 폴란드의 말고차타 주모프스카 감독과 루마니아의 라두 주데 감독이 공동 수상했다. 남녀 주연상은 영화 ‘45년’에서 열연한 영국 배우 톰 커트니와 샤롯 램플링이 각각 받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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