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대회’ 구색맞추기 고심…MC 크리스 록 ‘인종차별’ 일침

미국 최대의 영화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28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인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88회를 맞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전부 백인 배우로 채워지면서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 속에 몸살을 앓았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OscarsSoWhite’(오스카는 백인중심적)라는 여론이 들끓고 스파이크 리 감독을 비롯해 일부 흑인 배우들 사이에서 ‘아카데미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왔다.

실제로 일부 흑인 감독·배우들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대신에 ‘납 수돗물’ 확산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미시간 주 플린트 시의 자선행사에 참석했다.

이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둘러싼 냉담한 분위기로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지난해 ‘백인 잔치’ 논란 속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TV 생중계로 본 시청자 수는 3천730만 명이었다. 전년도(4천362만 명)보다 14.5%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TV 생방송 시청률은 지난 5년간 평균 10%를 웃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캐시카우’(확실한 돈벌이)인 셈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인종다양성 논란이 들끓고 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의 TV 광고시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올해 시상식 TV 생방송에서 30초짜리 광고 단가는 225만 달러(약 27억 원)로 신기록을 세웠다.

2011년부터 아카데미 시상식을 생중계하는 ABC 방송은 지난해 광고수익으로 1억 1천만 달러(1천360억 원)를 긁어모았다. 올해 광고수익은 1억 2천만 달러로 추정된다.

광고 수익금은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에게 돌아간다. 아카데미 측은 2013년 아카데미 시상식 TV 중계권료와 이벤트 수익금 등으로 9천560만 달러(1천146억 원)를 챙겼다.

ABC 방송도 해외 판권을 갖게 돼 양측 모두 ‘윈윈 게임’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관심 초점은 시상식 MC를 맡은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OscarsSoWhite’와 관련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에 모아졌다.

앞서 흑인 인권단체에서는 록에게 백인들만의 잔치인 아카데미 시상식 MC를 보이콧하라는 압력을 넣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록은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면서도 “난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면서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또 “흑인 후보자들이 대한 논란이 계속될 바에야 차라리 남녀 배우상 범주를 나누듯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연기로만 얘기하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록은 이어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라며 “그것이 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시상식에서는 공연자와 시상자 선정에서 인종다양성을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공연·시상자에는 할리우드 영화 ‘라이드 어롱2’에서 주연을 맡은 흑인 배우 케빈 하트와 우피 골드버그,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베니치오 델 토로 등이 포함됐다.

또 NBC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에서 유일한 흑인 코치인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와 캐나다의 흑인 알앤비(R&B) 싱어송라이터 위켄드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배우 이병헌이 외국어영화상 시상자로 참여했다. 한국인이 시상자로 무대로 오르는 것은 아카데미 88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병헌은 무난히 후보작들을 소개하고 시상을 마쳤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송’을 부른 아티스트 자격으로 레드 카펫을 밟았다.

다만, 축하 무대는 클래식 곡의 특성상 라이브 공연이 어렵다는 이유로 성사돼지 않은 데다 주제가상을 ‘007 스펙터’의 주제가 ‘라이팅스 온 더 월’이 받아 아쉬움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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