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명성·욕망·꿈 로마속의 4가지 인생

여행은 일상의 탈출을 넘어 짜릿한 일탈을 꿈꾸게 한다. 게다가 고대의 유적이 숨 쉬는 고풍스러운 도시인 로마라면 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할리우드의 거장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를 배경으로 그의 재치와 로맨틱한 감각이 잘 살아 있는 영화다.

지난해 국내에서 장기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를 통해 파리의 매력을 전 세계에 소개했던 앨런 감독은 이번에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예술 작품 같은 도시, 로마로 관객을 안내한다.

‘로마 위드 러브’는 얼핏 보면 별 연관성 없는 이야기가 얽힌 옴니버스 영화 같지만 추억, 명성, 욕망, 꿈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로마를 배경으로 풀어나간다. 인생은 언제나 예측 불허하고 삶은 때로는 살아볼 만한 판타지라는 감독의 통찰력이 관통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우디 앨런 식의 유머가 더욱 돋보인다. 로마에서 휴가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던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은 우연히 마주친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을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절대로 삼각관계에 빠지지 않겠다던 잭은 결국 애인의 여자친구에게 빠져들고 존이 진심 어린 충고를 해보지만, 속수무책이다. 또한 지극히 평범한 로마 시민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영문도 모른 내 눈을 떠보니 벼락스타가 됐다. 갑자기 유명한 사람이 되어 모두가 갈구하는 명성을 얻게 된 레오폴도. 그는 파파라치에게 시달리는 일상이 몸서리치도록 싫지만, 어느 날 세간의 관심이 다른 이에게 옮겨가자 허탈함을 이기지 못한다. 특히 우디 앨런이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 역으로 등장한 마지막 에피소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딸의 결혼을 앞두고 로마를 방문한 제리는 우연히 딸의 약혼자 미켈란젤로의 아버지가 욕실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뛰어난 재능을 발견한다. 제리는 평생을 장의사로 살아온 사돈을 오페라 가수로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사돈은 불행하게도 욕실에서만 제 기량을 발휘한다. 결국, 제리는 기발한 조치(?)를 통해 사돈을 오페라 무대에 데뷔시킨다. 아기자기한 유럽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봄 기분을 만끽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18일 개봉.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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