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 원본 필름 입수..전쟁 당시 영화 중 유일하게 남아

한국전쟁 중 만든 영화 한 편이 유일하게 남아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고 한국영상자료원이 18일 말했다.

영화 ‘태양의 거리’ 한 장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br>연합뉴스


영상자료원은 1952년 제작된 영화 ‘태양의 거리’(민경식 감독)가 그것이며, 최근 그 원본 필름을 입수해 대중에 공개하기 위한 일반 상영본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전쟁 기간에 14편의 극영화가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모두 유실돼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영상자료원은 민경식 감독의 유가족이 ‘태양의 거리’ 영화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지난해 대구 자택을 방문해 필름을 입수했으며, 한 달 동안 디지털화 작업을 거쳐 일반 상영본을 제작했다.

이 영화는 대구 자유영화사 제1호 작품으로 배우 박암(朴巖)의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입수한 필름이 원본 필름(16mm 네거티브 필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영상자료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운드필름은 유실된 상태다.

1914년 대구 대신동에서 태어난 민경식 감독은 어린 시절 촬영차 대구로 내려온 나운규 연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10대부터 대구 만경관과 자유극장에서 극장 간판을 그리며 영화 일을 꿈꾸다가 한국전쟁 기간 대구로 피난을 온 영화인들과 ‘태양의 거리’를 제작, 연출했다.

당시 한 일간지 영화평에 따르면 “피난민으로 들끓던 대구를 배경으로 불량소년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묘사”하며 “피난 생활 가운데 피어나는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우정과 생활고 때문에 악의 길을 밟게 되는 돌이 형(전택이)의 생활을 대조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소개됐다.

또 이 영화평은 ‘태양의 거리’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도둑’(1948), ‘무방비도시’(1945),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한국영화 ‘집없는 천사’(1941), ‘마음의 고향’(1949) 등과 비교해 “코리안 리얼리즘”을 시도한 영화로 평가했다.

영상자료원은 한국전쟁 발발 63주년을 기념해 오는 25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태양의 거리’ 최초 공개 무료 상영회를 연다.

영화 상영에 앞서 ‘태양의 거리’ 수집과 디지털화 과정에 관한 한국영상자료원 박노민 수집부장과 김봉영 보존기술센터장의 해설이 진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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