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br>연합뉴스
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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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기피 의혹으로 법무부의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져 17년간 한국에 오지 못한 가수 유승준이 한국에 들어오게 될 길이 열렸다. 정부가 유승준에게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은 정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파기환송심 결론이 나왔다.

오늘(15일)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유승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정부가 유승준에게 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던 유승준은 2002년 1월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2002년 2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유승준의 입국 금지를 결정했다.

13년이 지난 2015년 9월 유승준은 LA총영사관에 한국에 입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재외동포비자(F-4) 발급을 신청했지만, 법무부 입국금지결정을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F-4 비자는 주기적 갱신으로 한국 영구 체류가 가능하고, 경제적 활동에 거의 제약이 없는 비자. 우리나라는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국적을 변경한 40세 이하 남성에 대해 F-4비자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소송에서 1심과 2심은 주LA총영사관의 처분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시민권 취득 후 대한민국에서 방송 및 연예 활동을 위한 사증을 발급해줄 경우 복무중인 국군 장병 및 청소년의 병역기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하라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주LA총영사가 비자 발급을 거부한 근거는 ‘과거 법무부장관이 내린 입국금지 결정’이 유일한데, 비자발급 권한을 가진 행정청이 이 결정만을 근거로 아무런 심사 없이 유승준의 신청을 거부한 건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지 않은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은 또 법무부 장관이 내린 ‘입국금지 결정’은 대외적으로 국민을 구속하지 않는 행정부 내의 지시에 불과하고, 재외동포법상 비자 신청 당시 38세가 지난 동포는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한 동포 체류자격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재외동포법 취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문서가 아닌 전화로 통보한 것도 문제라는 이유도 들었다.

파기환송심에서 유승준 측은 “제한없는 입국금지를 이유로 비자발급 불허처분을 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재외동포법 취지의 입법 목적과 비례원칙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그러나 “과거 유승준은 장인이 사망했을 때 일시적으로 2박3일 한국에 들어온 적이 있다”며 “관광비자를 신청하면 충분히 그 목적이 달성 가능하다”고 맞섰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에 근거해 유승준의 손을 들어줬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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