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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살고 싶지 않아요” 굶어죽기로…

“이젠 더 살고 싶지 않아요” 굶어죽기로…

입력 2010-03-24 00:00
업데이트 2010-03-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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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20년 전 뇌출혈로 장애를 갖게 된 한 여성이 요양원에서 아사(餓死)를 기도하면서 대처 방안을 놓고 가족과 당국이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 남편 등 일부 가족들은 강제로라도 병원에 입원시켜 음식을 다시 먹게 해야 한다며 당국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는 반면 당국은 굶어 죽기 위해 벌이고 있는 단식을 중단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며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 이 여성이 단식을 통해 굶어 죽을 법적인 권리가 있다며 이 여성의 결정을 옹호하고 있다.

 자살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은 20년 전 뇌출혈로 장애를 갖게 된 마거릿 페이지(60)라는 여성으로 2006년부터 웰링턴의 한 요양원에서 생활해오고 있다.

 그러다 10일 전부터 약간의 물만 마시며 모든 음식을 거부한 채 자리에 누워 있다.

 말은 잘할 수 없지만 페이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은 더는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자 12년 전 헤어진 전 남편 배리 페이지는 당국이 강제로라도 병원에 입원시켜 다시 음식을 먹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당국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세 차례에 걸쳐 페이지의 정신을 감정한 결과 정신이 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 까닭에 강제로 치료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페이지는 지난해 10월에도 단식에 들어갔다가 1주일 뒤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한 신문은 페이지가 말은 잘하지 못했지만 기자가 질문을 던지자 ‘예스’와 ‘노’로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었다며 오래전부터 자살을 생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페이지는 굶어 죽기로 결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가족들이 놀랐겠지만 헤어진 전 남편을 제외하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자신의 결정을 존중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페이지의 법률적 대리인 자격은 딸에게 있지만 페이지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 한 페이지를 대신해서 어떤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다.

 전 남편은 지금도 자주 페이지를 방문하고 있다며 요양원 측도 소극적이긴 하지만 페이지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요양원의 랠프 라 살 원장은 페이지로 하여금 다시 음식을 먹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해보았다며 하지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페이지의 권리로 인해 법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이지가 날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다며 지금은 호스피스 간병인을 붙여놓고 있다고 밝혔다.

 정신 건강법 전문가인 존 도슨 오타고 대학교수는 요양원에서 취한 모든 조치는 법에 따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은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로,그럴 경우 누구도 강제로 치료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권리장전 법에도 개인이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분명히 밝혀놓고 있다며 “강제로 음식을 먹이는 것도 사실상 그 사람에 대한 공격 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도슨 교수는 “전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딸도 페이지의 결심을 대신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하면서 “굶어 죽은 방식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일이 드물기는 하지만 죽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는 일이 절대 이상한 일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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