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설은 엄포 결국 유로존 나설 것”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 회원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한 지원방안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AF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유럽연합(EU)이 적극 도와주지 않으면 IMF로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그리스는 즉각 “우리는 유럽의 일원”이라며 한 발 물러났다. 유럽 정상들은 25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회의에서 이 문제를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통합 문제를 연구해 온 안병억 ‘연세-삼성경제연구소(SERI) EU센터’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지럽게 전개되는 그리스 지원방안 논의의 이면을 살펴봤다.Q:IMF가 그리스 지원전면에 나설 가능성.
A:낮다.
IMF가 전면에 나선다는 얘기는 기본적으로 유로존이 그리스에 엄포를 놓는 성격이 강하다. 지금은 유로존과 그리스가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다. IMF가 그리스 지원문제 전면에 나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유로존 차원의 일관성 있는 통화정책과 정면 충돌한다.
Q:그리스가 ‘으름장’ 놓았던 이유는.
A:그만큼 조급하다.
그리스는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다음달에만 107억유로, 5월에는 118억유로나 된다. 시간은 그리스 편이 아니다.
Q:유럽에 그리스는.
A:최대 수혜자에서 배은망덕 골칫거리로.
그리스는 EU에서 주변부다.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GDP 대비 3%에 불과하다. 프랑스나 독일은 그리스를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그리스는 그동안 유럽통합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 EU는 회원국 1인당 평균 GDP가 EU평균의 75% 이하일 경우 자금지원을 해주는데 그리스는 최대 지원대상국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재정적자 문제가 터져 나오더니 회계조작 사실까지 드러났다. 이제는 유로 전체를 쥐고 흔드는 골칫거리가 됐다.
Q:독일에 그리스는.
A:내 코가 석자.
EU 차원에서 그리스를 지원해야 할 경우 독일은 경제규모 때문에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한다. 독일인들이 엄청나게 허리띠를 졸라매며 구조조정을 할 때 그리스는 흥청망청했다. 그래서 독일인 3분의 2가 그리스 지원을 반대한다. 독일은 정년이 65~67세이지만 그리스는 58세이다. 단위당 노동비용도 2000년을 100으로 본다면 독일은 지금도 110이 채 안 되는데 그리스는 130이 넘는다. 독일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고민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후세대라는 점도 중요하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유럽통합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자세보다는 현실적 시각이 강하다.
Q:향후 전망은.
A:결국은 유럽이 나설것.
지금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리스는 급하고 독일은 고집부리고 프랑스는 말만 요란하다. 하지만 파국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독일은 마지막 순간에 그리스를 지원해 줘야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국내의 반대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25일 정상회의에서 당장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국은 공통 이해관계 때문에 EU는 최악 ‘직전’에 그리스를 도울 것이라 본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0-03-25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