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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발 묶인 외국인들 ‘시간때우기’

인천공항에서 발 묶인 외국인들 ‘시간때우기’

입력 2010-04-21 00:00
업데이트 2010-04-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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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유럽행 항공편 결항 사태가 이어지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머무르는 승객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저마다 취미 활동을 찾아나섰다.

본래 공항 상주직원을 위한 휴식공간이지만 17일부터 유럽행 승객을 위해 개방된 지하 1층 한가족 쉼터에는 다양한 ‘레크리에이션의 장(場)’이 열렸다.

20일 저녁 가장 큰 인기를 끈 취미 활동은 ‘피트니스 교실’.

스포츠 강사인 프랑스인 캐롤린 부리(24.여)씨가 피트니스 강좌를 연 것이다.

오후 6시가 되자 한 명씩 모여들기 시작해 모두 10여 명의 외국인이 부리 씨의 구호에 맞춰 체조했다.

닷새간 이어진 ‘노숙 생활’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다들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은 처음에는 “One(하나), Two(둘), Three(셋)”이라고 구호를 외쳤지만, 나중에는 “Fly Asiana(날아라 아시아나), Fly Korean(날아라 대한항공), Fly Lufthansa(날아라 루프트한자 항공)’을 외치며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부리씨는 “상황은 좋지 않지만, 운동을 하며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며 “오늘은 운동을 마치고 다 함께 식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일부 승객은 쉼터에 마련된 러닝머신이나 기구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가족 쉼터 일부 공간에는 ‘간이 영화관’도 마련됐다.

외국인 아이들 10명은 대형 스크린 주변에 모여들어 ‘트와일라잇’ 영화를 관람하며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무료함을 달랬다.

또 공항 내 서점에는 외국 잡지나 영문 소설을 찾는 승객도 늘어 지난 닷새 동안 외국 서적 매출이 증가했다.

한편, 공항에서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항 의료시설을 찾는 승객들도 많아졌다.

공항의료센터에 따르면 18일 센터가 외국인 승객에게 개방된 이후 처음에는 10명 미만의 승객들이 찾아왔으나 20일에는 20여명이 센터를 방문했다.

환자들은 주로 감기와 근육통, 요통, 소화불량, 두통 등을 호소했다.

65세의 호주인 할머니는 “허리가 좋지 않아 침대에서 자야 하는데 며칠 동안 바닥 위에 이불을 깔고 잤더니 허리가 아프다. 게다가 무거운 짐이 실려 있는 카트를 끌고 다니다 보니 양쪽 무릎까지 퉁퉁 부었다”고 말했다.

신호철 센터 원장은 “평소 항공사 직원이 주로 의료시설을 이용했지만, 유럽행 항공편 결항 이후 주로 외국인 승객이 센터를 찾고 있다”며 “외국인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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