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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멕시코만 원유유출 환경 대재앙 되나

美멕시코만 원유유출 환경 대재앙 되나

입력 2010-05-09 00:00
업데이트 2010-05-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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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사태 악화 vs 진정 분수령 될 듯

멕시코만 원유시추 시설의 폭발과 화재로 시작된 원유 유출 사태가 10일(이하 현지시간)로 만 20일째를 맞는다.

 하루 최대 21만 갤런(약 79만4천ℓ)의 원유가 바다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기름띠가 멕시코만 일대를 덮으며 해변으로 접근 중이지만 유출원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어 환경 대재앙이 우려되고 있다.특히 원유가 유출되는 해저 파이프 내 구멍을 근본적으로 봉쇄하기위해 시도된 ‘오염물질 차단 돔(pollution containment dome)’ 설치작업이 기술적인 문제로 일시 중단돼 금주가 사태의 악화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유출사고 어떻게 시작됐나

 이번 사태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베니스로부터 남동쪽으로 80여㎞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작업 중이던 ‘디프 워터 호라이즌’이라는 석유시추시설에서 20일 밤 10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근무하던 126명의 직원 중 11명이 실종됐으며,이들은 모두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프 워터 호라이즌은 휴스턴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규모의 해양굴착업체인 스위스의 ‘트랜스오션(Transocean)’ 소유이며,이 유정을 개발 중인 영국의 석유 메이저인 BP가 임차해 시추작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생존자들은 사고 당시 첫 충격이 발생한 뒤 거대한 가스증기가 유정으로부터 분출돼 시추시설 주변을 둘러쌌으며 이어 2차 폭발 때 가스층에 점화돼 대형 폭발이 일어났다고 증언하고 있다.또 유정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이상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장치인 폭발방지기(BOP:blowout preventer)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추시설은 사고발생 이틀 뒤인 22일 해저로 침몰했고,이 과정에서 석유시추시설과 유정을 연결하는 해저의 대형 철제 파이프(Drilling riser)에 3개의 구멍이 생기면서 원유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

 현재 하루에 최대 21만갤런(약 79만4천ℓ)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원유 유출량은 54일 뒤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름 유출 사고인 1989년의 엑손 발데즈호 사고 당시 기록인 1천100만갤런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군까지 동원한 ‘총력전’ 방제작업

 원유유출로 인한 기름띠는 현재 멕시코만 해상에서 동서로 380㎞,남북으로 160㎞ 넓이로 크게 퍼져 있는 상태이다.

 미 정부는 사고가 발생하자 해안경비대의 헬리콥터와 해안경비선 등을 파견해 구조작업 및 화재진화에 나섰고,사고해역에 1천900명의 연방정부 인력과 방제선,항공기 300여대를 투입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해안경비대는 해상의 기름띠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연소작업을 전개하는 등 오염 확산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기름띠가 해안까지 밀려오자 루이지애나,플로리다,앨라배마,미시시피 등 멕시코만 연안 4개주(州)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주방위군을 투입하는 등 긴급 방제를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BP도 로봇 잠수정 10대를 동원해 유정 폐쇄에 나서는 한편,지역 어민들을 총동원해 오일펜스와 기름차단 방벽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BP는 동시에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철제 파이프 내 3개 구멍을 봉쇄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사고 발생 초기부터 유정지붕 주변에 분산제(dispersant)를 살포하는 한편 3개 구멍 중 가장 작은 구멍은 지난 5일 소형 밸브로 막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정내 분출압력을 낮추는 데 핵심역할을 하는 폭발방지기에 대해서는 원격작동 잠수 로봇을 투입해 수리를 시도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건물 4층 높이의 대형 철제 컨테이너 형태의 ‘오염물질 차단 돔을 해저 3개 철제 파이프 구멍 중 가장 많이 기름이 유출되는 구멍 위에 씌우는 작업도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함에 따라 7일 밤 중단됐다.

 이에 따라 이 작업을 통해 원유 유출량의 85%정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BP의 기대도 불확실해진 상황이다.

 BP는 또 유정의 분출압력을 낮추기 위해 현 유정에서 1.6㎞정도 떨어진 곳에 추가로 ’감압유정(Relief Well)‘을 뚫는 작업에 착수했으나 최소한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생태계 파괴 우려 고조…경제적 피해 막심

 유출된 원유 중 일부가 6일 오전 루이지애나주 샹들레르 군도에 위치한 프리메이슨 섬에서 발견되는 등 기름띠가 해안으로 접근하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가 점점 더 높아가고 있다.항공 관측 결과 불그스름한 기름띠는 무인도들로 이뤄진 샹들레르 제도의 일부 섬을 둘러싸고 있고,일부 지역에서는 석유의 연한 광택이 이미 해안에 닿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샹들레르 제도는 브레튼 국립야생생물보호구역의 일부로,작은 제비갈매기 등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들의 보고이다.루이지애나주 정부 야생동물어업국은 이번 기름띠 확산으로 어류 445종과 조류 134종,포유동물 45종,파충류 32종 등 모두 600여종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원유 유출로 인한 최악의 환경오염 사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멕시코만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조류를 포함한 해양 동물들이 수일 내에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굴의 67%가 멕시코만 연안의 양식장에서 공급되고 있고,새우와 게 등 연안어종이 이곳에서 많이 잡혀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굴 양식장이 파괴되면 복구하는데 최소 2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있다.

 멕시코만 연안은 또 관광지로도 유명한데 시즌을 앞두고 예약취소가 속출하고 있으며 어업도 사실상 불가능해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에따라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막대한 피해를 본 루이지애나 주민들은 갈수록 악화되는 이번 사태로 망연자실하고 있다.

 기름유출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정확하게 추정하기 힘든 상황이다.다만 뉴욕타임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이번 기름 유출사태가 관광업,어업 등에 미친 경제 피해 규모가 16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투자회사 컴버랜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토크 회장은 이번 원유유출 사고로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던 미국 경제가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고로 보험사들과 재보험사들이 직접적으로 입게될 손실액은 모두 10억~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보험업계는 이번 사태 이후 기업들의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재보험료가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 탓” 공방과 방제비용 논란

 사고 초기 BP와 연방정부가 각각 상황을 잘못 판단해 늑장대응을 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BP는 사고발생 직후 원유 유출원 차단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고,기본적인 원유 유출량도 잘못 계산하는 등 많은 오판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안보부도 사고발생 9일 뒤인 지난달 29일에야 이번 사태를 ’국가적 중대사‘로 규정하고 앨라배마주 모빌항에 두 번째 통제센터를 설치했다.또 원유 유출량이 당초 추정보다 많은 하루 5천배럴이라는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추정이 발표되고 나서야 방제작업에 미군의 투입을 공식 요청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실패했다.

 미 행정부는 또 이번 사태를 ’BP 원유 유출사태‘라고 칭하며 BP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BP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이라고 부르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방제비용은 1989년 1천100만 갤런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돼 1천900㎞에 달하는 알래스카 연안을 오염시킨 엑손 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건 이후 제정된 관련 법률에 따라 원유 시추 관련회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해안경비대는 현재 유정을 개발해온 BP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석유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의 소유주인 트랜스오션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작동이 안 된 폭발방지기의 제조회사인 캐머런 인터내셔널과 시추장비 등을 공급한 핼리버튼사 등이 추후 BP 등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개연성도 있다.

 BP는 기름띠 확산을 막기 위해 하루 평균 600만 달러(67억원)을 지출 중이며,야생동물,해변 상점,관광업체 등의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오펜하이머의 에너지담당 애널리스트인 페이덜 가이트는 “BP가 바다 청소비와 손해보상금,소송비로 50억-150억 달러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BP와 트랜스오션,핼리버튼,디프 워터 호라이즌 제작에 관여한 캐머런 인터내셔널 등을 상대로 줄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름띠로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있는 앨라배마주의 어민과 해산물 유통업자,식당업자들은 이미 지난 4월 말 모두 6건의 소송을 냈고 폭발 사고로 부상당한 직원들도 뉴올리언스에서 BP와 트랜스오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는 “기름띠 제거작업을 비롯해 이번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며 “합당한 피해보상 요구를 최대한 존중하는 등 이번 사태 해결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카트리나”…정치적 후폭풍 만만치 않을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월 버지니아에서 플로리다에 이르는 동부 연안의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이번 사고가 발생해 연안 석유시추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백악관은 시추 허용은 과학적이고 엄격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6일 최소한 이번 달 말까지는 연안 원유시추와 관련된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이번 사고에 대한 연방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고 28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서가 제출된 이후에 신규 허가 재개 시점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 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 논객들은 특히 이번 사태를 ’오바마의 카트리나‘로 지칭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2005년 남부 루이지애나 일대를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할 당시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안이하게 대처해 집권 후반기에 지지율이 곤두박질쳤던 것처럼 이번 기름유출 사태에 오바마 대통령이 늑장 대응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골자다.

 이런 가운데 미 상원 환경 공공사업위원회는 11일 라마르 매케이와 트랜스오션의 스티브 뉴먼,핼리버튼의 팀 프로버트 등 관련 업체들의 경영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연다.

 또 로버트 메넨데즈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일부 연방 상원의원들은 원유유출 사고에 따른 경제적 피해에 대한 석유회사의 손해배상 한도를 100억달러로 상향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다.

 ◇원유유출 사태 분수령은

 BP가 현재 해저에 설치 중인 ’오염물질 차단 돔‘이 원유를 유출시키는 가장 큰 구멍을 막을 수 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이 구조물이 해저 바닥의 철제 파이프에 난 가장 큰 구멍을 막으면 원유 유출량의 85%를 막게 돼 사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지만 이 작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2-3개월이 소요되는 ’감압유정(Relief Well)‘을 뚫을 때까지 사태가 악화일로를 거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오염물질 차단 돔 설치작업은 7일 밤 해저 바닥인 1.6㎞까지 내려간 상태에서 가스가 얼음과 결합해 생기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발생함에 따라 일시 중단된 상태이다.

 BP의 최고 운영책임자인 더그 셔틀즈는 “해저에 설치하던 오염방지 돔을 옆으로 옮겨놓고 가스 하이드레이트 형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나 다른 기술적 대안을 마련 중”이라면서 “이번 설치작업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현재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은 7일 밤에 시도했던 작업이 제대로 성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염물질 차단돔 설치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차질을 빚게되면 상황이 악화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현재 사고해역 주변에 떠있는 기름띠가 멕시코의 칸쿤 쪽에서 흘러들어와 미 동남부 해변을 따라 돈 뒤 플로리다의 서쪽 해변을 따라 남하하는 고리 모양새를 한 멕시코만의 순환해류(loop current)와 만나고,이것이 다시 멕시코 만류(Gulf Stream)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이동할 경우 최악의 사태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띠가 멕시코 만류를 타고 동부연안을 따라 북상할 경우 플로리다 남단의 유명한 관광해변을 비롯해 조지아,사우스.노스 캐롤라이나 해안 등에도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헤이워드 BP CEO가 3일 NBC 토크쇼 ’투나잇 쇼‘와 인터뷰에서 원유유출 차단에 2-3개월이 걸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중론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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