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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건립 찬반’ 두모습의 미국인들

‘모스크 건립 찬반’ 두모습의 미국인들

입력 2010-09-13 00:00
업데이트 2010-09-1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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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의 고통 배려해야” “종교자유는 美 건국이념”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뉴욕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스크 건립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2010년 9월 미국의 모습이었다.

외과의사로 9·11테러 당시 근처에 있다가 항공기 테러를 당한 세계무역센터(WTC)로 달려가 부상자들을 구조한 뒤 살아남은 고든 후이. 중국계 미국인이자 기독교 신자인 후이는 생존자인 동시에 누이를 잃은 유족이다. 후이는 “예전에 비해 인파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연 그는 “누구에게나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왜 하필 이렇게 가까운 곳에 모스크를 세우려는지 모르겠다. 희생자들의 고통을 조금 더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스크 건립을 반대했다. 주한 미군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그는 9·11테러 이후 뉴저지로 이사 간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이곳을 찾아 누이가 생전에 좋아했던 차를 마신다고 했다.

지난 10일 저녁 모스크 건립 현장 근처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만난 대학원생 지나 시디즈. 2주째 모스크 건립 찬성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이집트계 미국인인 그녀는 “테러리스트와 무슬림은 구분돼야 한다.”면서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 어려운 경제상황이 중간선거와 맞물려 9·11 추모행사가 정치행사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이슬람의 금식월 라마단이 끝난 10일 저녁 촛불집회장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 전통복장을 한 무슬림 여성들에게 “당신들이 왜 책임을 의식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격려하는 젊은 미국인 남녀도 만났다.

베트남전 참전군인 빌 스타이어트(67)는 “종교적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미국의 건립 이념”이라면서 “모스크 건립 문제로 미국은 미국이 상징하는 것을 지켜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고 주장했다.

그라운드 제로를 찾은 캐나다의 퇴직 소방관 브루스 팬턴 부부, 영국에서 모스크 건립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사람 등 9·11테러 현장은 테러와 이슬람을 보는 세계인들의 축소판이었다.

뉴욕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0-09-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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