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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우강 ‘붉은 재앙’… 물고기 떼죽음

도나우강 ‘붉은 재앙’… 물고기 떼죽음

입력 2010-10-09 00:00
업데이트 2010-10-0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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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붉은 진흙 같은 것이 마을로 아주 천천히 흘러왔다. 30분 만에 온 마을에 50㎝ 높이로 차올랐다. 사람들도 멍하니 있다가 아무것도 못 가지고 부랴부랴 대피하기 시작했다. 공포영화 같았다.”

헝가리 서부에서 발생한 독성 슬러지(산업폐기물 찌꺼기) 유출사고로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던 콜론타르 마을 주민들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7일(현지시간)까지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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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헝가리 콜론타르 지역 인근 마르칼강 유역에 산업폐기물 찌꺼기인 슬러지를 덮어쓴 채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지난 4일 이 지역의 폐기물 댐 붕괴사고로 강에 유입되기 시작한 슬러지는 지류를 따라 동유럽의 식수원인 도나우강까지 흘러들어 주변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보바 AP 특약
7일(현지시간) 헝가리 콜론타르 지역 인근 마르칼강 유역에 산업폐기물 찌꺼기인 슬러지를 덮어쓴 채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지난 4일 이 지역의 폐기물 댐 붕괴사고로 강에 유입되기 시작한 슬러지는 지류를 따라 동유럽의 식수원인 도나우강까지 흘러들어 주변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보바 AP 특약
일부 주민들은 두려움 때문에 정든 땅을 버리겠다면서도 갈 곳이 없어 고민하고, 어떤 주민들은 별다른 안전장비도 없이 슬러지를 양동이로 치우는 모습이었다.

슬러지가 도나우강에 본격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물고기가 폐사하는 등 환경재앙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도나우강이 지나는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환경당국이 주기적으로 강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헝가리 정부는 오르번 빅토르 총리가 직접 사고현장에 나가 슬러지 차단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는 한편 생태계 재앙 위험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슬러지가 유입된 도나우강 지점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PH 농도가 정상치인 9 이하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수질오염보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지역에서 최근 며칠 동안 계속된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로 슬러지가 점차 말라 먼지 상태가 되면서 호흡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헝가리 국립환경친화개발위원회 베네데크 자보르 위원장은 “슬러지가 아직 젖어 있는 상태라 독성 물질이 호흡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슬러지가 마르면 위해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폐나 혈관에 유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칫 슬러지 먼지가 강한 바람에 실려갈 경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유출사고를 일으킨 알루미늄 공장은 이미 4년 전 도나우강 유역 14개국 환경단체 협의체인 도나우강 보호 국제위원회가 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산업시설 감시대상으로 선정한 150여곳 가운데 하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 피해 지역인 여커 시에서 열린 주민대책회의에서는 이 공장이 과거에도 최소 한 번 이상 소규모 유출 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0-10-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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