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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찾아 떠난 게 50일 표류

‘사랑’ 찾아 떠난 게 50일 표류

입력 2010-11-27 00:00
업데이트 2010-11-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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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태평양 망망대해를 50일 동안 표류하다 구조된 뉴질랜드 영토 토켈라우의 10대 소년 3명은 첫눈에 반한 사랑을 찾아 남의 배를 훔쳐 타고 이웃 섬으로 떠난 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무엘루 펠레하(15),에투에니 나사우(14),필로 필로(15) 등 3명은 지난 10월 5일 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 뒤 실종돼 뉴질랜드 공군의 오리온 정찰기까지 동원돼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실패하고 모두 숨진 것으로 여겨졌으나 지난 24일 이들이 타고 있던 조그만 알루미늄 보트가 뉴질랜드 어선에 발견된 뒤 구조됐다.

 코코넛과 갈매기로 연명하며 바다 위를 떠돌기 시작한 지 50일 만이었고 그들이 사는 섬으로부터 무려 1천300km나 떨어진 망망대해 상이었다.

 그들을 찾는 데 실패한 뒤 장례식까지 치렀던 가족들은 그야말로 꿈같은 귀환이었지만 이들은 잘 아는 마을 주민들은 이들이 표류하게 된 것은 ‘불타는 사랑’ 때문이었다고 뉴질랜드의 한 신문에 설명했다.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날 소년들이 사는 아타푸 산호섬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가 열려 이웃 섬에서도 많은 사람이 구경하러 배를 타고 건너왔다.

 그런데 파카오포 섬에서 온 사람 중에 한 명의 소녀가 전광석화처럼 사고를 친 세 명의 소년 중 한 명의 눈을 사로잡아버렸다.

 경기가 끝난 뒤 소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배를 타고 자신의 섬으로 돌아갔고 사랑의 병을 앓기 시작한 소년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술을 마시다 술기운을 빌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아타푸 섬에서 가장 좋은 최신형 소형 동력 보트를 훔쳐 타고 200km나 떨어진 파카오포 섬으로 겁없는 항해를 시작했다.

 이들은 그래도 배에 식량으로 코코넛 자루 2개와 맥주는 물론 추가 연료를 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용기만을 앞세운 이들의 항해는 결국 빗나가 사랑의 섬과는 동떨어진 망망대해로 이들을 끌고 가고 말았다.

 소년 중 한 명의 사촌인 쿠레사 나사우는 아무도 그들이 바다로 나가는 것을 보지는 못했으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늘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바다로 나간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고 “깊은 밤에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있지만 그 시간에 바다에 나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3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토켈라우 주민 1천200명은 소년들의 생환소식에 모두 자기 자식들이 살아서 돌아온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

 상사병의 아픔보다 더 큰 고통을 맛보았던 이들은 뉴질랜드 참치잡이 어선에 의해 구조된 뒤 피지에 있는 해군기지에 도착,50여일 만에 땅을 밟았지만 피골이 상접할 있을 정도로 허약해져 있었다.

 이들을 만나보았던 피지 주재 뉴질랜드 고등판무관실의 한 대변인은 “소년들이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몸이 너무 쇠약해 보였지만 다시 땅을 밟은 데 대해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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