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경제난·보수화 ‘美독설정치’ 불렀다

경제난·보수화 ‘美독설정치’ 불렀다

입력 2011-01-14 00:00
업데이트 2011-01-14 00:2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각박해진 민심, 독설에 대리만족…블로그·트위터 통해 확대재생산

20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8일 애리조나 투손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독설정치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미국 정치권과 언론, 논객들 사이에서 난무하는 독설과 증오의 수사학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미국 사회가 더욱 보수성향을 띠고 게다가 경제까지 어려워지면서 민심이 더 각박해지고 독설도 더 날을 세워가는 양상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희생양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수 진영, 특히 극우 성향을 띠는 논객들의 거침없는 발언은 대리만족과 함께 확대재생산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동안 여러 전쟁을 치러왔고 지금도 두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독립 당시부터 자위권 차원에서 총기소유가 합법화돼 있는 상황에서 총기나 전쟁과 관련된 용어와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발언들은 나날이 일상화돼 가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쟁점인 건강보험개혁법 처리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 독설과 증오 섞인 비방이 난무했다.

보수 성향의 유권자운동인 티파티의 간판 격인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에 총격을 받은 가브리엘 기퍼즈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현역의원 20명을 낙선대상으로 지목하면서 이들을 사격대상으로 삼자고 촉구하듯 미국 지도에 이들의 지역구를 십자과녁으로 표시하고 “후퇴하는 대신 재장전하라.”고 촉구했다.

티파티 후보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에 도전장을 냈던 섀론 앵글은 “리드 의원을 낙선시키기 위해서는 수정헌법 2조(무기 휴대권리 합법화)가 최선책”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했던 한 민주당 후보는 상대후보를 비방하며 “총으로 쏴야 한다.”는 격한 말을 쏟아냈다. 심지어 ‘대통령을 총으로 쏴버려야 한다.’, ‘없애 버려야 한다.’ 등의 말은 유세장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엄청난 인기와 함께 영향력을 갖고 있는 라디오 토크쇼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걸러지지 않은 독설들을 빠르게 확산 시키면서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이 같은 독설 문화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2011-01-14 18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