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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벵가지는 80년 5월 광주

리비아 벵가지는 80년 5월 광주

입력 2011-02-22 00:00
업데이트 201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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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제2의 도시 벵가지 쪽은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것으로 보여 동.서 간의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리비아에서 20년간 거주하며 사업하는 동포 A 씨는 지난 주부터 본격화한 민주화 시위에 대한 군부대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 소식에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거주지인 수도 트리폴리가 아직 본격적인 소요 사태에 휘말리지 않아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리비아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번 사태가 정부 측의 강경 대응 선언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리비아의 실세이자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이슬람(38)은 20일 국영TV로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반정부 세력이 정부의 개혁 조치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피의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프 알-이슬람이 내전 가능성까지 들고 나온 것은 동부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천㎞ 떨어진 벵가지에서는 정부군의 탱크와 장갑차가 투입된 가운데,중무장한 특수대원들이 시위대에 실탄은 물론 박격포까지 발사해 최소 200명 이상을 숨지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일부 군인이 시위대에 가세하면서 반정부 세력은 벵가지 시가지 대부분을 장악했고,현재 정부군은 국가 주요 시설만을 방어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현지 동포들에게 30여 년 전 한국의 광주에서 벌어졌던 민주화 운동을 연상케 하고 있다.1980년 5월 광주 지역의 시위 학생들이 계엄군과 공수부대원들의 발포로 사망하자 시민들이 경찰서 등에서 총기를 탈취해 군정 체제에 저항했던 우리의 과거사가 벵가지의 현 상황과 닮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동포 A 씨는 연합뉴스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벵가지와 동부 지역에 있는 석유나 전력 등 주요 국가시설은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으나 벵가지의 대부분과 그 주변 지역은 시위대가 차지하고 있는 양상”이라며 “리비아의 동부 지역 군부대는 현지의 부족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이들 현지 군 부대원이 반정부 쪽에 합세했기 때문에 시위대의 세력이 커졌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나오면 반정부 정서가 강한 벵가지 중심의 동부와 수도 트리폴리가 있는 서부 간의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트리폴리 지역의 동포는 육로 등을 통해 인근 튀니지로 피신하고,동부 쪽 동포는 이집트로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동부 지역의 건설 현장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 일부는 정부군의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는 발전소 건설 현장 등으로 피신한 상태다.

 A 씨는 “트리폴리에서도 밤에 총성이 들리고 낮에는 치안이 불안해서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트리폴리 서부의 잔주르 지역의 치안이 아직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트리폴리를 벗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부친이 트리폴리 외곽의 ‘팔라’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여성 B 씨는 연합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아버지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4차례 문자를 보내왔다”며 “아버지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큰 건물 지하에 대피 중인데,총탄이 엄청나게 날아다닌다고 알려왔다”며 현지의 위급한 상황을 전했다.

 B 씨는 “현지에서는 전화나 인터넷이 끊겨 휴대전화를 통한 문자서비스만 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포들의 안전을 챙겨달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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