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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A “비축유 방출” vs OPEC “정치게임”… 오일전쟁 서막

IEA “비축유 방출” vs OPEC “정치게임”… 오일전쟁 서막

입력 2011-06-25 00:00
업데이트 2011-06-2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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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를 잡기 위해 석유 생산국과 소비국들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미국과 한국 등 28개 국가들로 이뤄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회의를 갖고 전격적으로 6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IEA는 리비아 등 중동 사태로 인한 원유공급 부족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조치의 적절성과 시기,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IEA는 이날 미국 등 28개 회원국이 다음 주부터 30일간 전략비축유 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IEA가 방출할 하루 200만 배럴은 내전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리비아의 하루 생산량 150만 배럴을 조금 넘는 양이다. IEA는 리비아 등 중동 국가 석유 공급 감소, OPEC의 증산 합의 실패 여파, 계절적 수요 증가 등으로 단기적인 국제 석유수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절반인 3000만 배럴의 비축유를 풀기로 했고, 유럽 회원국들이 2000만배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회원국이 1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했다. 한국은 346만 7000배럴을 풀기로 했다. 6000만 배럴은 전 세계 하루 원유 소비량의 3분의2로 국제유가 안정에 대한 실질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1974년 IEA가 창설된 이후 1990~1991년 1차 걸프전과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에 이어 세 번째이다.

IEA의 비축유 방출 결정을 모험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20년간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OPEC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비축유방출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안전판이 제 기능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IEA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리비아 감산을 내세우지만, 미국에 의한 OPEC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OPEC 은 IEA의 결정에 발끈했다. 아직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압둘라 알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지난주 로이터통신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비축유는 원래 목적에 맞게 사용돼야 하며,

OPEC에 대한 무기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며 비축유 방출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OPEC 회원국인 걸프의 한 국가 대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은 것도 아니고, 공급이 달리는 것도 아니다. 비축유를 풀 이유가 없다.”면서 “IEA가 미국과 함께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IEA의 이번 결정에 감산 카드로 보복에 나설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또 IEA가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를 앞두고 현 시점에서 비축유를 푼 것은 계산착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뉴욕과 런던 시장에서 배럴당 4.6% 떨어졌던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4일 전자거래와 싱가포르 시장에서 배럴당 1달러 이상씩 반등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2011-06-2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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