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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식을 포기해야 하나’ 소말리아의 비극

’어떤 자식을 포기해야 하나’ 소말리아의 비극

입력 2011-08-12 00:00
업데이트 2011-08-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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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기 불가피… “남은 자식이라도 살려야”



『#1. 와르도 모하무드 유수프는 한 살배기 딸을 등에 업고 한 손으로는 4살 난 아들의 손을 잡은 채 소말리아의 가뭄과 기근을 피해 케냐를 향해 피난길에 올랐다.

2주를 걸어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아들이 결국 쓰러졌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아들의 얼굴에 뿌려보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함께 피난 중이던 다른 가족들에게 도움을 구했으나 자신들의 생존이 급한 상황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두 아이의 엄마인 29세의 유수프는 결국 어떤 부모도 감당하지 못할 결정을 해야 했다.

#2. 29세의 과부 파두마 사코우 압둘라히는 각각 5살, 4살, 3살, 2살 난 자식과 함께 갓난아이를 안고 다다브를 향한 피난길에 올랐다.

난민촌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 잠깐 잠에 든 4살 난 딸과 5살 난 아들이 깨어나지 않았다.

갓난아이를 포함한 다른 3명의 자식을 생각하면 5리터 용량의 통에 있는 물도, 시간도 함부로 낭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에서 깨지 못하는 두 아이를 남겨두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가기를 수차례 반복한 끝에 결국 그들을 나무 그늘에 옮겨 놓고 남은 세 아이라도 살리기 위해 가던 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소말리아 피난민으로 가득한 케냐 다다브의 난민촌에서 만난 유수프는 최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신의 가호를 빌며 아들을 길에 버려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아직 살아있을 것으로 믿지만 남겨두고 온 아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많게는 7명에 달하는 자식과 함께 재앙적인 기근을 피해 걸어서 피난하는 소말리아의 부모들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게 된다.

음식과 물이 부족한 상황에 어떤 자식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클 것인지, 어떤 자식을 포기해야 할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유수프는 “살면서 이런 딜레마에 접했던 경우는 정말 처음”이라면서 “밤마다 아들 생각에 잠을 설치며 고통을 달래지만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정말 처참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자식을 7명 둔 아흐메드 자파 누르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14세 아들과 13세 딸, 이러헤 둘과 함께 케냐로 피난길에 오른 누르는 이틀만에 물이 떨어졌다.

사흘째 되는 날 두 자식은 더는 걸을 수 없었고 누르는 소말리아에 남겨두고 온 5명의 나머지 자식과 아내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누르는 “오십 평생을 살면서 겪은 최악의 경험”이라면서 “내 자신의 일부와도 같은 자식들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심장을 찢는 것과 같은 고통”이라고 말했다.

기적적으로 그가 버리고 온 두 아이는 유목민에게 구조돼 소말리아의 엄마 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거의 3개월 동안 그 사실을 몰랐던 누르는 버리고 온 두 자식이 자꾸 떠올라 밤낮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파퀴드 누르 엘미의 세 살배기 아들이 피난길에 굶주림과 갈증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숨졌을 때 엘미는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나머지 5명의 자식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엘미는 마른 나뭇가지로 아들의 시신을 덮어 만든 무덤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엘미는 “죽은 아들을 위한 무덤을 팔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느냐”면서 “남아 있는 자식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죽은 그 아이를 나에게 허락했던 신이 다시 데리고 것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다브 난민촌에 있는 국제구호위원회의 정신과 의사 존 키벨렝에는 소말리아의 부모들이 극도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만히 앉아서 다 같이 죽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일부 자식을 포기하는 것이 정상적인 대응이더라도 그런 경험을 한 부모들은 보통 한 달 안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기근으로 최근 석 달 동안 사망한 5세 이하의 소말리아 어린이가 최소 2만9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가족을 위한 음식과 물을 아끼기 위해 거리에 버려진 더는 걸을 수 없는 어린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아프리카 동부의 심각한 가뭄으로 1천2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기근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에 따르면 이 가운데 기근피해지역으로 선포된 소말리아의 45만명을 비롯해 280만명 정도가 급박한 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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