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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카다피, 갈 곳이 없다

사면초가 카다피, 갈 곳이 없다

입력 2011-08-22 00:00
업데이트 2011-08-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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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지속된 무아마르 카다피 체제의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 오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 반군에 의해 사살되거나 생포되지 않는다면 해외 망명과 국내 은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현재 해외 망명지로 거론되고 있는 나라는 중동ㆍ북아프리카 시위 사태에 단초를 제공한 ‘재스민혁명’의 나라 튀니지다.

미국 NBC뉴스는 지난 19일 정보 보고서에 기초한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카다피가 가족과 함께 리비아를 떠나 튀니지로 망명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니지는 리비아 서쪽과 국경을 접한 나라로 내전이 격화되던 지난 5월 카다피의 부인과 딸이 도피했다는 소문이 나돌던 곳이다. 카다피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과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재스민 혁명에 의해 이미 권좌에서 물러나 사우디 아라비아로 도피한 상태여서 튀니지 정부가 카다피의 망명을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튀니지 정부는 지난 20일 반군 대표기구인 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를 대표하는 유일한 기구”로 공식 인정하면서 카다피 정권에 등을 돌렸기 때문에 카다피의 튀니지 망명설은 힘을 잃고 있다.

아랍권의 다른 국가들 중에서도 카다피를 반겨줄 나라는 없어 보인다.

그나마 사우디 아라비아가 축출된 지도자에게 자국 망명을 허용하며 관대한 입장을 보여 왔기 때문에 카다피에도 온정을 베풀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우디 왕실은 지난 1월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재스민혁명으로 쫓겨나 사우디로 망명할 당시 “튀니지 국민이 직면한 이례적인 상황이 염려되고 튀니지의 안정과 치안을 위해 망명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지난 6월 대통령궁 폭탄공격 직후 치료차 건너가 두 달 넘게 체류하고 있는 나라도 사우디다.

이디 아민 전 우간다 대통령과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도 망명지로 사우디를 택한 바 있다.

그러나 카다피는 1977년 사회주의와 이슬람주의, 범 아랍주의를 융합한 ‘자마히리야(인민권력)’ 체제를 선포하는가 하면 자신의 혁명지침서 ‘그린북’을 이슬람 경전 코란에 견주는 행위로, 아랍권 내에서 반발을 산 ‘전력’이 있어 사우디 망명 가능성도 높진 않다.

해외 망명이 여의치 않다면 카다피는 고향인 시르테나 수도 트리폴리에서 은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카다피가 이미 시르테나 남부 사막 기지에 은신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 작전이 시작된 지난 20일 국영TV를 통해 공개된 육성 녹음메시지의 통화 음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그 근거다.

독재자가 권좌에서 쫓겨난 뒤 고향에서 은신한 사례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후세인은 2003년 3월 미군의 침공 직후 고향 티크리트의 지하 토굴에서 은신하다 같은 해 12월 미군에게 생포됐고 3년여 만에 사형을 당했다.

아울러 카다피가 최후의 순간까지 트리폴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던 것처럼 그가 트리폴리에서 은신하며 기약 없는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지난 6월 카다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여서 서방 연합군의 추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카다피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작년 코트디부아르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권력이양을 거부했던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프랑스군의 대통령 관저 무력화 공격 직후 관저에서 전격 체포된 사례는 카다피로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교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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