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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중국인 ‘메뚜기’ 비유 광고…반감표출 격화

홍콩서 중국인 ‘메뚜기’ 비유 광고…반감표출 격화

입력 2012-02-01 00:00
업데이트 2012-02-0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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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에 대한 홍콩인들 반감 임계점 달해”

중국 본토인에 대한 홍콩인의 반감 표출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홍콩의 인터넷 이용자가 신문에 중국인들을 ‘모든 자원을 쓸어간다’는 의미로 메뚜기에 비유한 광고를 실었다.

1일 홍콩 중국어 신문인 빈과일보 11면에는 ‘홍콩인들은 충분히 참았다!’라는 제목으로 홍콩을 배경으로 커다란 메뚜기 한 마리가 바위산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담은 전면 광고가 실렸다.

메뚜기는 홍콩 누리꾼들 사이에 마치 곡식을 모두 쓸어가는 메뚜기떼처럼 중국인들이 홍콩의 자원을 쓸어간다는 것을 비꼬는 의미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중국인들이 홍콩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원정 출산을 하고 부동산 시장과 명품 매장에서 돈을 뿌려대 임대료를 올리고 중소 상인들을 몰아내고 있음을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광고는 중국인들을 ‘너희’로 지칭하면서 “중국의 독극물 분유 때문에 너희가 홍콩에 분유를 사러 오는 것을 이해한다, 중국에는 자유가 없기 때문에 너희가 홍콩으로 자유를 찾아온다, 너희가 중국어 번체자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체자도 써준다”는 식으로 중국인들을 비꼬았다.

그러면서 “홍콩에 오면 제발 홍콩의 문화를 존중하라”고 촉구하면서 정부에 홍콩에서 출생한 중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기본법 24조의 수정과 홍콩인과 결혼하지 않은 중국 임신부들이 홍콩에 무한정 유입되는 것을 막아줄 것을 촉구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이 광고는 ‘융 존’이라는 이름을 쓰는 누리꾼이 낸 것이다. 융 존은 홍콩의 인터넷 커뮤니티 ‘홍콩고등토론구’(香港高登討論區)에서 광고비를 모금했으며 일주일도 되지 않아 10만홍콩달러(약 1천450만원)의 돈을 모아 광고를 냈다.

그는 또 중국 임신부의 홍콩 출산을 반대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에는 1일 현재 9만8천여명이 ‘좋아요’ 버튼을 눌러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융 존은 “(중국인들은) 이미 우리(가 참을 수 있는) 최저선을 넘어섰다”라면서 “왜 중국인들은.. 우리의 규칙과 질서를 따르기를 거부하는가?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에서는 이번 일 외에도 홍콩인과 중국인들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이탈리아 유명 패션브랜드인 돌체앤가바나 매장이 중국인만 매장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서 홍콩인들의 사진 촬영을 제지하자 이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최근 취식이 금지된 홍콩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는 중국인 여행객과 이를 제지하던 홍콩인 사이에 말다툼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돌았으며 이 사건 이후 베이징(北京)대의 중국인 교수가 홍콩인을 개에 비유하며 비하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최근 중국인에 대해 홍콩인들이 반감을 표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홍콩 사람들은 스스로 중국인이라기보다는 홍콩시민으로 여기는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인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문화 평론가인 지미 팡은 “이번 광고는 홍콩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중국 지도자들에게 문화 충돌이 얼마나 심각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홍콩인들은 홍콩이 본토 중국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홍콩 과기대 응용사회학과의 데니 호 부교수는 양측간 갈등이 이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호 교수는 홍콩 법원과 경찰이 법치와 사상표현의 자유 같은 홍콩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이렇게 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체제에 대해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그러면 홍콩은 곧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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