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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화당 안팎서 관념적 보수철학 혁파론 봇물

美공화당 안팎서 관념적 보수철학 혁파론 봇물

입력 2012-11-07 00:00
업데이트 2012-11-0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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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계 실체 인정않고 백인 주류만 쳐다본 게 패인” 美언론, 보수-진보 논쟁과 함께 포커스 맞추기 시작

“미국이 백인국가가 아니라 갈색인 국가(brown country)로 변했다?”

잡힐 듯 말 듯했던 집권의 꿈이 수포가 되자 미국 공화당 지도부 안팎에서 자성론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그간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백인 유권자 중심의 사고와 선거전략을 짜왔던 게 밋 롬니 후보의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그 핵심이다.

이런 지적들은 비교적 진보적인 공화당 전략가들 사이에선 그간 꾸준히 논의돼 왔다. 그러나 폭스뉴스 등 일부 보수 매체나 전략가들은 이런 진실을 애써 외면해왔다. 선거에서 패배하고서야 히스패닉(라틴) 유권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다.

보수성향 폭스뉴스의 독설 진행자 빌 오라일리는 6일(현지시간) “백인 기성층이 이제 소수파가 되는 등 미국의 인구분포가 바뀌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제 더이상 과거의 미국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초반에 잠시 돌풍을 일으켰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공화당이 그간 라틴계와 흑인, 아시아계 유색 유권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했던 점을 비판했다.

허커비는 “사실 우리가 진정한 보수주의를 바탕에 깔고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야 할 유권자층은 유색 유권자들이었다”면서 앞으로 공화당이 집권하려면 라틴계 표를 많이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닌게아니라 미국 전체인구 중 백인유권자 비율은 1992년 대선때 87%였으나 96년 83%, 2000년 80%, 2004년 77%, 2008년 대선때 74%로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이에 비해 히스패닉(라틴)계는 2008년 9%에서 2012년 10.1%로 늘어났다. 퓨리서치센터 산하 퓨히스패닉센터는 올해 히스패닉 유권자가 2천170만명으로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4년 전 오바마는 라틴계 표의 67%(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31%)를 가져갔다.

그러면서 허커비는 “공화당은 아예 선거에서 이기려는 뜻이 없는 듯 라틴계에 다가서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대선 패배로 나타났다”면서 “백인은 롬니에 투표하고, 흑인은 오바마에 투표할 것이라는 생각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오히려 “보수파는 롬니에게, 자유주의자들은 오바마에 투표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미국은 인종적인 것보다 이념적으로 쪼개진 국가”라고 진단했다.

오라일리는 공화당의 미래에 더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20년전만 해도 롬니같은 기성세대 후보가 오바마에게 압승했겠지만, 이번엔 라틴계와 흑인 대다수가 오바마를 찍었다”면서 “유권자 다수가 현 경제시스템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대통령 후보들 중 누가 자기에게 더 잘 해줄수 있느냐를 놓고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공화당은 이제 더이상 미 인구의 다수인 백인 유권자에게만 의존해선 집권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NBC 방송의 척 토드는 “이번 대선의 결정적 변수는 인구 구성비였다”고 전제, “오바마 캠프는 ‘21세기 미국’을 겨냥한 선거운동에 초점을 맞춰 성공한 반면, 공화당은 유색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패했다”면서 “공화당은 철저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ABC 방송의 보수 칼럼니스트 조지 윌도 공화당의 실책을 인정하면서 “롬니는 미국 이민개혁 법안의 일환인 드림액트법안(청소년 불법체류자를 구제하는 입법)을 반대했고, 이런 입장은 미국에 불법 체류중인 히스패닉계 1천100만명에게 고통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 기고가인 크리스턴 파워스는 “미국은 점점더 ‘갈색 국가’로 변모하고 있고, 공화당의 패인은 이들 히스패니계의 표심을 얻지 못한데 있다”면서 “이번 출구조사를 보면 오바마가 라틴계 몰표로 압승했던 지난 2008년 대선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의 브리트 흄은 “공화당이 더이상 미국의 다수파 민심을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미국인 다수가 미국이 중도우파 국가라고 믿고 있고, 많은 보수파는 진보세력(liberals)이 쇠퇴길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 “그러나 이번 출구조사를 보면 자신을 진보라고 규정한 사람이 24%, 보수파 35%, 중도파 40%라고 각각 답했다”며 “이 중도파 중엔 실은 진보주의자들이 많이 숨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미국은 사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진보파가 득세하고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중도우파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공화당은 향후 4년동안 당이 취해나갈 노선과 이념, 선거전략을 놓고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집권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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