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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명예살인 오명’ 아프간에 변화의 조짐

‘여성 명예살인 오명’ 아프간에 변화의 조짐

입력 2012-12-03 00:00
업데이트 2012-12-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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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T “여성인권 짓밟는 전통적 관습에 저항 움직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여성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것이 일반적 관습으로 뿌리내려져 있다.

18세 정도로 추정되는 굴 메나라는 이름의 한 아프간 여성도 그런 관습의 피해자다.

얼마전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오빠로부터 도끼로 머리와 얼굴을 15차례나 얻어맞아 뇌가 보일 정도로 심하게 다친 그는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굴 메나는 수주 동안 정신을 잃었다가 되찾기를 반복하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애초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여겼던 병원 의료진도 기적처럼 생명줄을 잡고 있는 굴 메나를 정성껏 간호했다.

살아난 것 자체가 첫번째 기적이라면, 마을 주민과 의료진이 ‘명예살인의 대상이 된 여성은 죽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관습에 맞서 그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한 것은 두번째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사고방식이 점차 달라지면서 인권을 무참히 짓밟는 아프간의 전통적 관습도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3일 보도했다.

실제 아프간 정부와 인권 옹호자들은 아프간, 특히 파슈툰족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퍼져있는 ‘파슈툰왈리’(명예를 중시하는 일종의 불문법)를 현대식 사법 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미국과 유럽사회 역시 아프간 여성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식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나 인원 옹호자들이 이런 인식의 변화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굴 메나를 치료했던 병원의 의사 압둘 샤쿠르 아지미는 “엄마도, 아빠도, 가족이나 부족의 그 누구도 병원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며 “심지어 정부나 경찰 관계자도 오지 않는다. 도대체 해결책이 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척은 “굴 메나의 남편 가족이 ‘굴 메나를 죽이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협박했다”며 “굴 메나의 어머니는 행여 아들이 희생될까 두려워 딸을 죽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얼마전 카불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으로 부임한 술라이만자이 대령은 “부족의 행동규범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그 쓸데없는 부족의 족장회의”라며 “굴 메나를 법정으로 데리고 나와 다른 남자와 왜 도망을 쳤는지, 그 이유부터 조사해야 한다. 이 나라엔 법이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가족이나 친지를 대신해 굴 메나를 수도 카불의 큰 병원으로 데리고 와 좀더 나은 치료를 받게 해준 것은 인권단체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Women for Afgan Women)이었다.

이들은 굴 메나를 24시간 돌보면서 국제사회에 아프간 여성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그 덕분에 굴 메나는 한결 상태가 좋아졌고 이제 말도 할 수 있게 됐지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여성’의 마니즈하 나드리 대표는 “느리긴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프간의 관습,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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