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북한 핵실험에도 무덤덤…접경지역 중국 주민

북한 핵실험에도 무덤덤…접경지역 중국 주민

입력 2013-02-27 00:00
업데이트 2013-02-27 15:1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북한인 약탈 대비해 철조망 보수…”핵실험 신경 안 써”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중국 곳곳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일반인들의 대북 감정이 나빠진 가운데 중국 언론이 북한 핵실험장과 가까운 변경지역 주민의 시각과 일상을 상세히 다뤄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주간지인 남방인물주간(南方人物周刊)은 27일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함경북도와 마주한 지린성 훈춘(琿春)을 밀착 취재한 기사를 다뤘다.

훈춘은 북한 나선 특구와 50㎞ 거리에 있고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과는 약 200㎞ 떨어진 지역이다.

훈춘 주민은 북한의 핵실험과 양국 간 교역 상황, 탈북자 문제 등을 바라보는 시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토로했다.

다음은 남방인물주간이 소개한 핵실험 이후의 훈춘 현지 표정이다.

◇”주택 벽에 손가락 굵기 금이 가”

지난 12일 북한 3차 핵실험의 여파로 10여초간 진동이 전해졌던 훈춘의 길거리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이번 핵실험으로 전국이 훈춘을 비롯한 북한 접경지역을 주목하고 있을 때 정작 현지인들은 이웃(북한)에서 발생한 핵폭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훈춘 주민 왕(王)모씨는 “진동을 느낀 뒤 북한 나진항에서 해산물 장사를 하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지진이 났다’고 알려주자 돌아온 대답은 ‘지진은 무슨 지진,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한 것이지’라는 핀잔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1, 2차 핵실험을 이미 경험한 훈춘 주민은 핵실험이 겨울철에 눈이 내린 것과 같이 늘 보던 일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조선족 김모 씨는 “이번에 훈춘 외곽에 있는 고향 집의 벽에 손가락 굵기의 금이 갔다”면서 “1년 전에 새로 지은 집인데 운이 좀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북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훈춘 주민은 변경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이미 익숙해진 것인지 북한의 핵실험조차도 별다른 걱정거리로 여기지 않는 눈치였다.

이들은 북한이 추가로 4, 5차 핵실험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놀라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나진항에서 무엇이든 살 수 있어”

훈춘 시내 동서(東西) 양대 시장에서는 일 년 내내 북한산 해산물이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북한을 오가는 무역상들은 나진항에서 북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해 이들 시장에 내다 판다.

평범한 소상인도 양쪽의 물품 가격 차이에 의지해 한 달에 대졸자 초임보다 훨씬 많은 4천~5천위안(70만~87만원)을 벌 수 있다.

중국은 2010년 북한 나진항의 10년 사용권을 확보했는데 이를 통해 동해로 직접 진출할 수 있는 물류통로를 열었다.

훈춘에서 장사를 하는 뤄(羅)모씨는 “2~3일에 한 번 승합차를 운전해 훈춘 취안허(圈河)통상구를 거쳐 나진항에 다녀오는데 사오는 물건은 대부분 북한 술과 담배, 해산물”이라며 “술과 담배는 너무 많이 들여오면 북한 측 세관에서 벌금을 물릴 수 있는데 몰래 물건을 좀 주면 변통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때는 국경을 통과할 때 북한 측이 빈 가스통을 주면서 가스를 채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면서 “그들은 무엇이 부족하면 우리에게 보내달라고 하며 인민폐(중국돈)가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뤄씨는 “나진항에서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면서 “여기에는 마약도 포함된다”고 귀띔했다.

◇”밤에 문 두드리면 열어주지 마”

훈춘 취안허통상구에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가면 중국, 북한, 러시아 국경이 만나는 팡촨(防川)촌이 나온다.

이곳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전과 유일하게 달라진 점은 북한, 러시아 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도로에 초소가 하나 더 설치됐다는 점이다.

도로의 두만강과 가까운 쪽에는 새로 수리한 T자형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주민 리(李)모씨는 “철조망은 지난해 두만강이 얼어붙기 직전에 수리한 것”이라며 “지난해에도 북한 사람들이 밤에 강을 건너와 옥수수, 소, 양 같은 것을 훔치고 빼앗아 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팡촨촌 주민은 대다수가 조선족인데 젊은이들은 거의 한국과 중국 남쪽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마을에 남은 이들은 노인과 아이뿐이다.

이 때문에 상대방(북한인)의 억지 요구에 당할 수밖에 없고 집에 보관한 식량을 조금씩 빼앗기기 마련이다.

촌 정부는 철조망을 보수하고 주민에게 “밤에 누가 문을 두드리면 함부로 열어주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탈북자 단속 엄격해져…신고 장려”

훈춘 주민 대부분은 주위에서 탈북자와 관련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최근 상황에 대해서는 “탈북자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그 수가 전처럼 많지 않다”고 전했다.

조선족 주민 김모씨는 “과거에는 탈북 여성들이 더러 마을로 숨어들었는데 모두 얼마 머물지 않고 달아났다”면서 “어떤 이는 혼자 한국으로 달아나고 어떤 이는 돈을 많이 모아 북한으로 돌아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중국 남성과 결혼해 함께 한국으로 가는 것은 그들에게 비교적 좋은 경우”라며 “한국은 탈북자들을 잘 대해주고 거처도 마련해 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자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 주민 리모씨는 ‘탈북자 신고 장려책’ 도입을 비롯해 북·중 양국의 관리가 엄격해진 탓으로 풀이했다.

리씨는 “마을의 어느 집이 돈으로 탈북자 아내를 사들이면 소문을 내지 않고 은밀하게 지내기 때문에 이웃도 알지 못한다”면서 “만약 이런 사실을 알게 돼 당국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당사자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집에 북한 아내를 들이면 보통 이사를 하거나 함께 한국으로 갈 궁리를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