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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바보로 만든 스파이들

세계를 바보로 만든 스파이들

입력 2013-03-19 00:00
업데이트 2013-03-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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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BBC, ‘가짜정보’를 전쟁 명분화한 비화 폭로

이라크 전쟁이 시작되기 6개월 전인 2002년 9월24일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과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려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훗날 후세인 대통령의 WMD 보유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고, 영국과 미국은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전쟁을 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B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방송될 탐사다큐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이처럼 ‘날조’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영국, 미국 등 각국 정부의 비화를 폭로한다.

’세계를 바보로 만든 스파이들’이라는 제목의 이 프로그램에서는 날조로 악명높은 ‘커브볼’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커브볼은 미국 정보기관이 그를 지칭할 때 사용한 암호명으로, 본명은 라피드 아흐메드 알완 알-자나비였다.

이라크 망명자였던 그는 자신이 화학공학 기술자이고 이라크에서 탐지를 피하기 위해 이동식으로 된 화학 실험실을 트럭 위에 싣는 것을 봤다면서 정보요원들의 관심을 끌었다.

서방국들은 그에게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결국 이라크전을 시작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자신이 ‘날조자’, ‘거짓말쟁이’였다고 시인했다.

이라크 침공 당시 영국군 참모총장이었던 마이크 잭슨 경은 “정보라는 측면에서 금으로 보이는 것이 황철광(금속 빛을 내는 광물)으로 판명 난 셈이다. 금처럼 보였지만 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 정보기관의 WMD 정보에 관한 청문회를 열었던 버틀러 경도 “블레어 총리와 정보기관이 자신들을 호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보기관들이 파악한 정보가 모두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라크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후세인의 WMD 보유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을 만한 정보도 있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국(MI6)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이라크의 전 외교장관이었던 나지 사브리, 이라크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타히르 잘릴리 하부시 알-티크리티를 각각 접촉했다.

이라크의 고위 소식통인 이들이 전해준 정보는 후세인이 몇몇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 시점에서 WMD는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버틀러 경은 그의 청문회 보고서가 발간된 뒤에야 이런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놨다.

CIA의 파리 지부 담당이었던 빌 머레이도 “우린 전쟁도중 나온 그 어떤 정보보다 훌륭한 정보들을 만들어 냈고, 장기적으로 모두 옳았던 것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정보들은 폐기됐고 이용되지 않았다”며 의문을 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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