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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계좌 계좌명단에 한국인 상당수…전직대통령 있을 수도

은닉계좌 계좌명단에 한국인 상당수…전직대통령 있을 수도

입력 2013-04-24 00:00
업데이트 2013-04-2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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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IJ 라일 기자 버진아일랜드 韓人계좌 일문일답

미국 워싱턴 D.C.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본부.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국제통화기금(IMF) 본부가 워싱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로 북적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지난 18일 연합뉴스가 ICIJ 사무실에서 만난 제러드 라일(Gerard Ryle) 기자는 “버진아일랜드(BVI) 보도 이후 직원들이 몇 주 동안 너무 고생해서 전부 휴가를 보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폭로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자 탐사 저널리즘을 이용한다’는 안내책자가 놓여 있었다.

--ICIJ는 어떤 단체인가.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으로 15년간 활동해왔다. 전 세계 60개국 출신 160여 명의 언론인이 공동작업하는 방식으로 연간 한 두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조세피난처 취재를 시작하게 됐나.

▲호주의 ‘파이어파워’라는 기업의 비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

--방대한 자료를 어떻게 분석했나.

▲하드디스크로 받은 자료는 엑셀 파일을 포함한 온갖 문서와 재무보고서, 이메일 등 종류가 다양했다. 자료를 실제로 읽는데만 7~8개월이 걸렸다. 호주에서 개발된 ‘NUIX’라는 검색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는데, 아주 비싼 프로그램이다. ‘구글 서치’처럼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자료를 바로 불러내 준다. 런던 출신의 한 전문가가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해 조세피난처 원자료를 재구성했고, 이를 인터넷에 올려 전 세계 언론인들과 협력해 분석했다.

이번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경우 워싱턴 ICIJ 본부의 4명이 기본적인 취재를 마친 후 소속 언론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참여 의사를 타진했다. 처음부터 우리가 관련 자료를 입수했다는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조세피난처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이후 스카이프와 드롭박스와 같은 간단한 통신 수단을 이용해 공동작업을 벌였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46개국에서 86여 명의 기자가 참여했고, 실제로 참여한 사람들은 이보다 더 많다.

--한국인 취재진도 있었나.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취재진은 없다. 사실 ICIJ에 소속된 한국 기자 자체가 없다.

다만, 조세피난처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본 사람의 이름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에 일본 아사히신문 측에 연락했고, 일본에서 기자 2명이 왔다. 1주일간 함께 자료를 분석했고, 그들은 일본인 명단을 추출해 가져갔다. 일부 큰 언론기관과는 이런 협력작업이 가능하지만, 대다수의 단체는 비용상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국세청이 한국 관련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 왜 거절했나.

▲우리는 정부기관이 아닌 기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저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정말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면 그들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고 본다. 총원이 4명에 불과한 우리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

기사가 나가고 이틀 뒤쯤인가, 한국 국세청이 내게 연락을 해오긴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터키, 미국 등 각국 정부에서 접촉해왔지만, 그 어느 쪽에도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은닉계좌 명단에 한국인이 있었나.

▲명단에 한국 이름이 꽤 있었다(There were quite a number of korean names on the list). 일본인 이름은 꽤 있었는데 별로 얘기되는 것들이 아니었다. 계좌의 이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대부분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 것이어서 이름만 안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몇 달에 걸쳐 자료를 분석한 끝에 이름과 출신국가를 정리한 명단을 완성했고, 결국 한국 이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인 명단 중 전직 대통령 등이 포함돼 있나.

▲우리 자료는 250만 건으로 전체 조세피난처 자료 중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가 가진 정보 대부분은 두 곳의 기관(service provider)에서 나왔다. UBS 같은 은행은 최소 800개의 이러한 기관을 이용한다. 우리는 고액이 관련된 자료를 가진 것뿐이다. 이 가운데 얘기되는 이름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사실상 50명이 명단에 있으면 그중에 얘기되는 이름은 2명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인이 있는 것인지 말해달라.

▲분명히 남한(South Korea)과 북한(North Korea)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보도할 계획은.

▲우리가 가진 명단에는 할리우드 감독이나 배우 등 유명인의 이름이 수두룩하다. 얘기되는 이름이 있다 해도 보도에 앞서 그들이 실제 어떤 잘못을 했는지, 또 공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단순히 명단에 있다고 해서 탈세나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 관계자와 그 가족, 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업인 등 ‘공인’ 위주로 검토했다. 하지만, 실제 누가 명단에 있는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기는 할 것이다.

--후속보도 계획은.

▲아직 보도하지 않은 이야기가 2건이 있다. 각각 세르비아와 스웨덴이 관련돼 있다. 이들을 처리하고 나서 아직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나라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그중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오스트리아와 폴란드, 터키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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