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중국 어선들, 북한과 뒷거래 10년 넘게 이어져”

“중국 어선들, 북한과 뒷거래 10년 넘게 이어져”

입력 2013-05-29 00:00
업데이트 2013-05-29 14: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북한 해역서 조업 묵인 대가로 금품·기술 제공

중국 어선들이 북한 측에 뒷돈을 주고 북한 해역에서 조업해온 사실이 최근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태가 10여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중국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제노만보(齊魯晩報)는 북한과 접경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시 둥강(東港)의 어민들을 상대로 취재한 기사에서 이런 불법적인 관행을 통해 둥강의 어민 대다수가 북한 해역에서 조업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 경비정에 빌붙다’는 의미의 ‘방팅(幇艇)’이란 용어가 단둥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며 현지의 중국 회사 3곳이 일종의 보호비인 방팅비를 대신 받아 북한과 나눠 갖는다고 보도했다.

둥강의 한 어민은 “방팅비는 일, 주, 월, 분기 단위로 낼 수 있는데 큰 배는 하루에 3천위안(54만원)이고 분기 단위로 내면 21만~25만위안(380만~450만원)을 받는다”면서 “어민들 사이에 인기 있는 것은 월과 분기 단위로 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 어민은 “돈을 내면 북한 측 대리인인 중국 회사가 어선의 고유번호가 적힌 증서를 발급한다”면서 “이 증서가 있는 배는 북·중 양국 국기를 달고 북한 해역도 막힘없이 다닐 수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어민은 “방팅 증서가 있으면 심지어 북한의 해안에도 상륙할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북한 해안에 여러 번 오른 경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둥강의 어민들이 이처럼 적지 않은 보호비를 내고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행태가 10여년 전부터 있었고 몇 년을 주기로 북한 측 대리인이 교체되기 때문에 현재는 방팅 증서를 발급하는 회사는 단둥에 3곳만 남았다고 전했다.

또 이런 행태가 근절되지 않는 주된 이유로 북한 해역에 어족 자원이 풍부해 중국 선주가 뒷돈을 쓰는 것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둥강의 한 어민은 “방팅비는 해마다 오르지만 선주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상하게도 북·중 간 해상 경계선인 동경 124도를 사이에 두고 중국 해역에는 고기가 없는 반면 북한 해역으로 몇백m만 넘어가도 게를 비롯한 질 좋은 수산물이 많이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쌍끌이 어선은 북한 해역에서 한 번만 조업해도 방팅 비용의 몇 배를 벌 수 있다”면서 “환경 오염과 어족 자원 고갈로 조업이 어려운 중국 해역에 비해 오염이 없고 바다와 강이 만나는 북한 해역은 수산물이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현지 어민들은 방팅비를 보통 현금으로 내지만 때로는 북한 측의 요구에 따라 어선의 각종 장비와 부품, 쌀, 식용유 등으로 내기도 하며 북한 측이 어로 기술과 노하우의 전수를 요구할 때도 있다고 전했다.

한 어민은 “현재 북한의 어로 기술은 중국과 20년가량 차이 날 정도로 낙후했다”면서 “북한에서 보낸 선원들에게 어로 기술을 1주일 이상 가르쳐 주면 방팅 비용을 깎아주는 데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고기잡이 기술도 최근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뒷돈을 내지 않은 중국 어선이 몰래 북한 해역에 들어갔다가 경비정에 나포되면 북한 측은 중국 선주에게 배값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벌금을 요구하며 이런 경우에도 방팅 회사가 벌금 전달을 맡는다고 소개했다.

한편 중국 농업부는 북·중 접경 지역 항구의 방팅 회사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라는 일부 중국 매체의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 정부와 방팅 회사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