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해킹, 경제·인권 문제 등 민감 현안도 다뤄정상회담 후속조치 논의…”신형 대국관계 구축”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5차 전략ㆍ경제대화(S&ED)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중국에서는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회의를 공동주재했다. 오바마 2기 행정부 출범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대화다.

1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대화에서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간 첫 정상회담의 후속조치가 핵심주제로 다뤄졌다.

대화는 케리 장관과 양 국무위원간 전략대화와 루 장관과 왕 부총리간 경제대화, 양국 군인사가 참여하는 제3차 전략안보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협의로 구성됐다.

양국은 총 20여개 분야의 책임자가 참석하는 이번 대화를 통해 사이버 안보, 북한 핵,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무역, 환경 등의 주제를 놓고 폭넓게 논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개회를 통해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의 공조를 확고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에 환율을 자유화하는 등 경제 개혁을 가속하고 해킹을 통한 ‘노골적인’ 지적재산권 절도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과 협조를 강화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현안 등에서의 협력을 위해 양국 간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 관계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경쟁과 협조의 조합이 될 것”이라며 “두 나라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서로 솔직하고 예측 가능하다면 양국 모두에 유익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최대 현안인 사이버 해킹 문제는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양국은 모두 개방되고 보안이 보장되며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기업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노골적인 사이버 절도는 도를 넘어선 것이며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미국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해킹 조직을 운영하면서 영업 비밀 등을 훔치고 지적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연간 수천억달러의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연구 보고 등을 토대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중국도 이번 회의를 통해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중국 이동통신사 및 칭화대 도청 문제에 대해 미국 측 해명을 요구하는 등 거세게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대화에서는 사이버 안보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여 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 측이 민감해하는 경제, 인권 등의 현안도 거론했다.

그는 “환율 자유화, 소비 주도 경제 체제 형성과 같은 중국의 경제 개혁이 양국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며 “인권에 대한 존중이 장기적으로는 국가 및 국제 안정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제넘을지 모르지만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고 존중한다면 중국이 더 강해지고 안정되며 혁신적으로 바뀔 것으로 믿는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 측은 이번 대화에서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신형 대국관계’의 구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총리는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이번 대화에서 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세우는 양국의 노력에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분야에서는 무역과 투자 관련 안건이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양국간 투자협정 체결이나 중국의 비관세장벽,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 금융자유화 등의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