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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안돼” 성폭력 파문 인도서 여성전용 열풍

“남자 안돼” 성폭력 파문 인도서 여성전용 열풍

입력 2013-09-28 00:00
업데이트 2013-09-2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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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택시·공원·은행 등 늘어…”여성 고립 부추긴다” 반론도

작년 엽기적인 여대생 성폭력 사건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힌 인도에서 ‘여성전용’ 시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성들이 안전하게 지낼 공간을 늘린다는 취지지만 남성우위 문화는 그대로 두고 여성만 고립시키는 ‘미봉책’이라는 반론도 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인도 각지에서 여성전용 택시, 버스, 공원, 호텔 공간, 은행 등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여성전용 시설은 작년 12월16일 ‘버스 집단 성폭행’으로 여대생 1명이 처참히 숨지면서 인도 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건은 인도 전체의 공분을 샀고 1심 재판부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이번 달 가해자 남성 4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거리 등에서 남성들이 태연히 여성에게 성추행과 언어 희롱을 일삼는 인도에서 안전을 강화하려면 우선 금남(禁男) 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인도 남부 코임바토르시는 낡은 공원을 재단장해 여성전용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아삼주와 오리사주 등은 여성전용 버스노선을 신설했다. 중앙정부 관광부처는 소규모 호텔에도 남성이 출입이 제한되는 층을 만들 것을 재촉하고 있다.

은행도 금남 표지를 세운다. 직원 대다수가 여성이고 전국 25개 지점을 갖춘 ‘바르티야 마힐라’ 여성전용 은행이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일인 올해 11월19일 문을 연다고 인도 당국이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여성전용 열풍이 ‘여성분리’ 정책으로 변질돼 양성평등을 해친다는 비판도 거세다. 여성을 천시하는 남성의 행동과 문화를 먼저 고치라는 것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라는 진보적 이미지와 달리 지금도 학교와 사원에서 남녀동석이 금지되는 등 전근대적 성(性) 관습이 강하고 여성 성폭행도 잦다.

60세 여성인 사리타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기차 여행을 할 때 여성전용 칸에 들어와 옆에 앉으려는 남자들과 말다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게 인도 남자의 방식이다. 남녀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겠느냐”고 탄식했다.

여성전용 택시의 운전사인 지타(21·여)는 “여자들이 방비가 잘된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게 끔찍하다”고 혀를 찼다.

대다수 여성전용 택시는 안전 때문에 남성 기사를 쓰지 않는다. 150㎝가 안 되는 작은 몸집의 지타는 운전대와 키를 맞추려고 두꺼운 쿠션을 의자에 깔았다. 그녀는 “일상 모든 곳에서 여성들이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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