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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위상 높아진 ‘영웅’ 안중근 의사

중국서 위상 높아진 ‘영웅’ 안중근 의사

입력 2014-03-26 00:00
업데이트 2014-03-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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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해진 한중관계 속 추모 열기 고조…현지 유해 발굴 노력 지속

안중근 의사 순국 104주년을 맞은 올해 안 의사가 일제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중국 현지에서는 그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안 의사의 의거 장소인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역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에 지난 1월 기념관 건립이라는 ‘통 큰 선물’로 화답했다.

안 의사 기념관 건립이 일본은 물론 북한까지도 의식해야 하는 민감한 사업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결단’ 배경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쩍 돈독해진 한중관계가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개관 2개월을 넘기며 하얼빈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안 의사 기념관은 하루 평균 500명가량이 참관해 누적 방문객이 이미 2만 명을 넘어섰다.

기념관에는 중국인과 한국인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북한인과 일본인도 방문해 ‘동양평화론’을 비롯한 안 의사의 사상과 의로운 삶에 대한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안 의사는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존경하는 영웅”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면서 중국에서는 조선족 동포사회를 중심으로 안 의사의 사상을 연구하고 생애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지난 16일에는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중국조선족사학회와 랴오닝성 조선족경제문화교류협회가 공동 주최한 일종의 세미나인 안 의사 업적 보고회가 열렸다.

동북 3성의 조선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한 행사에서는 안 의사 의거의 시대적 배경과 역사적 의의 등에 관한 특강이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안 의사의 정신을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으로 후대에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현지의 한 중국 언론인은 26일 “예전 같으면 조선족 단체가 개최하기 어려웠을 행사가 큰 규모로 열렸다는 점 자체가 안 의사를 바라보는 중국 내 전반적인 시각과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에 민감한 중국 당국은 그동안 한국인이나 조선족에 의해 안 의사가 ‘조선의 항일운동가’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의 민족 감정을 자극하거나 한국인들의 애국주의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안 의사 순국 장소인 랴오닝성 다롄(大連)시 뤼순(旅順) 감옥에서 해마다 열리는 추모 행사도 이전에는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기념관 참관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이제는 공식 행사로 당당하게 개최되고 있다.

다롄시 최고 지도자인 탕쥔(唐軍) 당 서기는 안 의사 추모 행사 참석을 위해 25일 다롄을 방문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 여야 의원 방문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안 의사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항일투사”라며 “26일 추모 행사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다롄시 차원에서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 의사의 의거 현장인 하얼빈에서는 안 의사 순국 104주년 기념해 한중 예술전도 개막했다.

안 의사를 소재로 한 작품 등 양국 작가 63명이 출품한 미술품을 3일간 전시하는 이번 행사는 하얼빈 현지의 중국 문화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안 의사가 순국한 다롄에서는 그의 유해를 찾기 위한 노력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뤼순 감옥에서 안 의사를 처형한 일제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하지 않았고 아직도 유해가 어디에 묻혔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옥 북쪽의 야산 어딘가에 묻었다는 당시 일제 간수들의 증언에 따라 지난 2008년 우리 정부가 현지에서 유해 발굴을 시도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감옥 주변은 이미 20층 이상의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개발지역으로 변모해 안 의사의 유해를 찾는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과 중국, 러시아 측에 안 의사 관련 자료 요청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받은 자료에서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 측에 양국 간 어두운 과거사 정리와 새로운 미래관계를 열어야 한다는 취지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사의 유해가 뤼순 감옥 뒷산에 묻혔다는 주장과 감옥 동쪽에 있을 것이라는 주장, 이미 화장돼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등 여러 ‘설’만이 분분하다.

다롄대 한국학연구원와 다롄조선족안중근연구회는 안 의사 유해 발굴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5~6월 유해 매장지와 관련된 국내외 연구자와 제보자들이 현지에 모여 다양한 주장을 고증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재중동포 학자인 다롄대 유병호 교수는 “안 의사 유해 매장지와 관련된 문서가 발견되지 않은 현 상황에선 연구자와 제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그동안 제기된 모든 설을 함께 토론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중 양국 관계기관에 요청해 현장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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