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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나포된 중국어선 선장 “월경 인정하라고 폭행”

북한에 나포된 중국어선 선장 “월경 인정하라고 폭행”

입력 2014-09-24 00:00
업데이트 2014-09-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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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측, 25만 위안 요구했다 거절 당하자 마구 때려”

영해 침범 조업을 이유로 이달 중순 북한에 끌려갔다가 닷새 만에 풀려난 중국 어선 선장이 북한 억류 당시 월경 사실을 인정하도록 강요받으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7일 다른 선원 5명과 함께 석방된 선장 야오루이성(姚瑞生)은 “북한 측이 월경을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자 마구 때려 결국에는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중국 경화시보(京華時報)가 24일 전했다.

야오 선장은 지난 6일 중국 다롄(大連)시 싱수툰(杏樹屯)항을 출발한 어선 ‘랴오와위(遼瓦漁) 55090호’가 12일 밤 북·중 영해 경계선인 동경 124도 해역 부근에서 나포될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우리 배는 북위 38도 8분, 동경 123도 58분 해역에 정지해 조업 중이었는데 12일 오후 10시 50분께 북한 순시선 1척이 갑자기 나타나 총기로 무장한 인원들이 우리를 위협해 배를 북한 쪽으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야오 선장은 “당시 우리 배 주변에는 1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조업 중이었고 가장 가까운 배는 불과 200m 거리에 있었지만, 야간이라 시야가 좋지 않은 탓에 북한 순시선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총을 들고 우리 배에 올라탄 북한 사람이 서툰 중국어로 ‘당신들이 경계선을 넘어 그물을 던졌다’고 말해 즉각 이를 부인하며 항해용 내비게이터를 확인해보라고 따졌지만, 북한 사람은 ‘어선의 내비게이터는 정확하지 않다’며 우리들을 선실로 몰아넣고 배를 북한으로 끌고 갔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지난 14일 해당 어선의 선주에게 전화해 25만 위안(약 4천200만원)의 ‘벌금’을 요구했다.

선주 장시카이(張喜開)는 “휴대전화로 자칭 ‘북한 해경’이라는 사람이 전화해 내 어선이 불법으로 북한 해역을 침범해 조업했다며 바다에서 만나 현찰로 25만 위안을 주면 곧바로 어선과 선원들을 풀어주겠다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북한 측은 선주가 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억류돼 있던 선장의 주장이다.

야오 선장은 “양측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자 나를 포함한 6명의 선원은 주먹으로 맞고 발로 차였다. 한 선원은 몸에 지닌 현금 400~500위안(7만~8만원)도 빼앗겼다. 북한 측은 한글로 인쇄된 월경 사실 자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하고 불응하자 폭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북한 측은 중국 어선 선장으로부터 월경 자인서를 받아내자 선박은 계속 억류한 채 선원들만 바다에서 다른 중국 어선에 태우는 방법으로 석방했다.

야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은 지난 17일 압록강 하구의 중국 단둥(丹東)시 둥강(東港)에 도착해 자국 해경에 이런 사실을 신고했고 선주도 선원들이 위험에서 벗어나자 중국 외교 당국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선주 장시카이는 “문제 제기 후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지난 22일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 중이라고 알려왔다”면서 “우리 배는 영해을 침범해 조업하지 않았으며 북한이 요구하는 불합리한 벌금은 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화시보는 북한과 가까운 다롄, 단둥 등지의 어선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2012년과 지난해 피랍 사건 이외에도 북한 무장 선박에 나포된 사례가 다수 있으며 이들은 모두 선주가 몸값을 북한 측에 지불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중국 어선들은 환경 오염과 어족 자원 고갈로 자국 해역에서 조업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피랍 사건이 잦은 북한 접경해역에서 고기를 잡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일부 중국 어선 선주들은 월경을 봐주는 대가로 정기적으로 북한 측에 뒷돈을 주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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