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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협박에 맞서 학문자유 지키자”…일본지식인 연대

”우익협박에 맞서 학문자유 지키자”…일본지식인 연대

입력 2014-10-06 00:00
업데이트 2014-10-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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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에 굴복하면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는 무너진다.”

군위안부 관련 보도를 한 아사히신문 전직 기자를 해임하라는 우익들의 협박에 맞선 일본 호쿠세이가쿠인(北星學院)대학(홋카이도 삿포로시 소재)을 지지하는 지식인 모임이 6일 정식 출범했다.

일본 학자, 법률가, 언론인 등 400여 명이 발기인 또는 찬동자로 참가한 ‘지지말라 호쿠세이 모임’은 이날 도쿄와 삿포로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개최해 폭력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지키는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호쿠세이가쿠인대학에는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한국인 피해자의 증언을 기사화했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56)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비상근 강사로 일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아사히가 제주도에서 다수 여성을 강제연행해 위안부로 삼았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주장을 토대로 작성한 자사의 1980∼1990년대 기사 10여건이 오보임을 인정하고 취소한 이후 ‘아사히 때리기’의 강도를 높인 일본 일부 우익인사들은 호쿠세이가쿠인대학에 ‘학교를 폭파하겠다’, ‘당장 (우에무라 씨를) 해고하지 않으면 학생을 괴롭히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는가 하면 우에무라씨 자녀 사진과 이름을 인터넷상에 공개한 뒤 ‘자살하게 만들자’는 등의 선동을 일삼았다.

앞서 우에무라씨를 교수로 내정했던 고베(神戶)의 한 여자대학은 우익들의 협박에 못 이겨 그와의 교수채용 계약을 해지했지만 호쿠세이가쿠인대학은 압박에 굴하지 않은 채 우에무라씨와의 강사 계약을 내년도에도 유지하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지지말라 호쿠세이 모임’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호쿠세이가쿠인대학과 우에무라씨 가족에 대한 위협, 공격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규정하고, “이런 협박에 대학이 굴복하면 그것은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또 “사상과 신조, 입장을 넘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단 한 가지를 위해 협력하자”며 서명활동, 호쿠세이가쿠인 대학에 대한 응원 메일 보내기, 집회 등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야마구치 지로(山口二郞) 호세이(法政)대 교수(정치학)는 “현재 상황과 일본이 (과거) 전쟁으로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학문에 대한 탄압과는 겹쳐지는 인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역사, 정치 등 분야에서 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에까지 간섭하는 일도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호쿠세이가쿠인대학에서 이런 움직임을 막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학문과 언론의 자유가 붕괴하기 시작한다는 위기감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 도쿄대 교수는 “과거 (미국에서) 매카시즘의 와중에 있었던 ‘낙인찍기’가 학문의 기관에서 일어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이것은 진정한 승부처이자 갈림길”이라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이 나라의 존재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게이센조가쿠인(惠泉女學園)대 명예교수는 “최근 (호헌단체 주도로) 헌법에 대한 논의를 하는 시민단체, 모임에 대해 (정치적으로 치우쳤다는 이유로) 장소를 빌려주지 않거나 강연을 취소하게 하는 등의 일이 잇달아 보도됐다”며 “이런 것들과 학문의 자치(自治) 문제가 이번 호쿠세이가쿠인대학 문제에 집약적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지말라 호쿠세이 모임’은 앞으로 우에무라씨가 계속 호쿠세이가쿠인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서명운동, 집회 등을 전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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