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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속 이탈리아 카페리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

화염 속 이탈리아 카페리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

입력 2014-12-30 10:39
업데이트 2014-12-3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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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 질서도, 아이들이나 여성을 위한 배려도 없었다.”

”승무원들은 화재 초기 비상경보를 울리거나 각 객실의 문을 두드려 대피하도록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선장은 배를 끝까지 지켰다.”

500명 가까운 승객과 승무원을 태우고 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던 중 28일(현지시간) 화재가 난 카페리 ‘노르만 애틀랜틱’호에 대한 구조작업이 끝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화재와 추위, 공포 등 악몽에서 벗어난 승객들은 화재 당시 선박 안에서 질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카페리 승무원들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과 BBC 방송 등이 29일 보도했다.

일요일 새벽의 화재는 선박 내에 혼돈 그 자체를 불러왔다.

단잠에 빠져 있던 승객들을 깨운 것은 비상 경보음이나 승무원들의 노크가 아니었다. 매캐하고 짙은 연기가 객실을 채우면서 승객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때까지 사실상 승무원들에게서 나온 대피명령은 없었으며, 단지 다른 승객들이 자신들의 방문을 두드리거나 객실 안을 채운 연기로 숨쉬기 어려워 객실을 탈출했다는 게 승객들의 증언이다.

영국인 승객 닉 채닝-윌리엄스는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에 화재가 발생하고 한참 지난 오전 5시께 경보음을 들었다고 밝혔다.

힘겹게 갑판에 올라간 탑승객들이 직면한 것은 추위와 차가운 비, 소방 호스에서 나오는 물세례였고, 승객들은 물에 흠뻑 젖었다.

결국 일부 승객은 저체온증에, 또다른 승객은 가벼운 일산화탄소 중독에 시달렸다.

승객들은 헬기나 다른 선박 등으로 구조되는 데도 또 한차례 소동을 겪었다.

트럭운전사인 그리스인 크리스토스 페를리스(32)는 AP통신에 “아이들이 가장 먼저고 그다음이 여성, 마지막에 남자들이 대피해야 하지만 남자들이 먼저 타려고 아우성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리스인 승객 이레네 바르시오티도 “정글의 법칙이 지배했다”며 “줄지어 서는 등의 질서라고는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승객은 승무원들이 처음에는 승객들의 대피를 도우려 했지만 무질서로 곧 포기했다고 전했다.

승무원들의 대처에 대해 승객들의 원성은 높았지만, 구조작업을 벌인 이탈리아 해군제독 지우세페 데 지오르기는 사고 선박의 선장 아르길리오 지아코마치를 칭찬했다.

데 지오르기는 “오래 배를 타온 사람으로서, 나는 자존감을 갖고 능숙하게 일처리를 해낸 선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는 선장이 마땅히 해야 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렸다”고 말했다.

선장의 이같은 행동은 2012년 이탈리아 초호화 유람선 콩코르디아호 좌초 당시 모든 승객에 앞서 배를 탈출한 프란체스코 셰티노 선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밖에 선박의 탑승자 관리도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탈리아 관리들은 탑승자 명부에 오른 이름들은 실제 탑승한 사람들이 아니라 예약자로 보인다면서 구조된 사람 80명은 아예 이 명부에 이름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의 앞선 지적처럼 이탈리아에 불법으로 입국하려는 사람들 다수가 사고 선박에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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