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본회의장 기습참관 “역사의 증인을 똑똑히 봐라” 마이크 혼다 등 기습연설, 미국조야 아베 美연설 전방위 압박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과거사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찰스 랭글(민주·뉴욕)·빌 파스크렐(민주· 뉴저지) 하원의원은 21일 미국 하원 본회의장에서 특별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는 이번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과거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밝혔다.
의원들의 이날 연설은 일주일 뒤 아베 총리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할 하원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날 연설은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증언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7) 할머니가 직접 참관한 가운데 이뤄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연설을 행한 의원들은 모두 친한파이지만 미·일 안보·경제협력과 별개로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에 대한 미국 의회 내부의 부정적인 기류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언론에 이어 의회까지 나서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명시적 반성과 사과를 촉구함에 따라 아베 총리로서는 29일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두고 커다란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미국에 도착한 이용수 할머니는 워싱턴 정신대대책위원회(회장 이정실) 관계자들과 함께 본회의장 방청석에 출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청취했다.
이 할머니는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아베 총리가 미국에 온다기에, 내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 왔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할머니는 이어 “(아베 총리는) 역사의 증인들을 똑똑히 보라”며 “죄를 지었으면 그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4년 16세 때 대만에 위안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의 성노예로 전락했던 이 할머니는 2007년 2월15일 미국 하원 청문회에 나와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과정, 일본군들로부터 겪은 수모와 강간 등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낱낱이 증언한 바 있다.
의원들의 이날 연설은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펴고 있는 일본 측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사전 예고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