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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日총리, 알맹이없는 전쟁반성으로 역사에 덧칠하나

아베 日총리, 알맹이없는 전쟁반성으로 역사에 덧칠하나

입력 2015-04-22 17:48
업데이트 2015-04-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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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국가 이미지 강조…70년담화에 식민지배·침략·사죄 들어갈지 불투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목을 끌었던 반둥회의 연설에서 일본의 어두운 역사를 직시하는 발언을 결국 회피했다.

아베 총리가 전쟁에 관해 어떻게 반성할지 관심이 쏠렸으나 22일 연설에는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다.

1995년 무라야마담화에 포함됐던 이 표현은 과거 일본이 선택한 제국주의 정책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역사적으로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으나 공개석상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한다는 것을 직접 언급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2014년 2월 중의원에서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의원(현 민주당 대표)이 이를 명확하게 얘기해달라고 반복해 요청하자 무라야먀 담화의 핵심 부분을 낭독했는데 유독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부분을 빼고 말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는 대신 이를 부정한 적이 없다는 소극적 화법을 선택했다.

그는 앞서 ‘침략의 정의가 정해진 것이 아니다’고 발언하기도 했으며 이 때문에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이 침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22일 연설에서 그나마 언급한 전쟁 반성은 알맹이가 없었다.

침략 금지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천명한 반둥회의 원칙을 거론하며 “일본은 앞선 대전(大戰)의 깊은 반성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이 원칙을) 지키는 국가일 것을 맹세한다”고 말한 것이다.

전쟁과 반성이라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반성한다는 내용이 없다.

침략이라는 언급을 직접 하지 않았더라도 예를 들어 일본이 전쟁을 일으켜서 많은 인명을 희생시켰다거나, 여러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등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지 않았다.

반성의 사전적 의미가 잘못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고자 자신의 행위를 돌이켜 생각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엄밀하게 얘기해 반성 자체만으로 잘못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체성 없는 전쟁 반성은 평화 국가의 이미지를 강조한 것과는 대비됐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의 평화 번영을 위해 앞장서겠다’, ‘자식이나 손자를 위해 함께 평화와 번영을 쌓아보지 않겠냐’, ‘평화에 대한 선인의 바람을 공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례를 고려할 때 반둥회의 연설은 전후 70년 담화의 내용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여겨지는 데 아베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 사죄 등을 언급하지 않아 70년 담화에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는 반둥회의 연설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 뒤 같은 해 8월 전후 60년 담화에 이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 총리는 정치적 제스처나 이미지로 과거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반성을 대신하려고 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는 26일부터 예정된 미국 방문 때 워싱턴DC에 있는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를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숨진 미군을 기리고자 건립된 기념물을 찾아감으로써 전쟁으로 생긴 미국과의 앙금을 없앴다는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8월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폭 피해 지역인 일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하도록 추진한다는 정보도 있으며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요미우리(讀賣)신문을 등 일본의 보수 언론마저도 아베 총리가 일본의 침략 행위를 명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상황에서 역사에 덧칠하려는 시도는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큰 반발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베 총리는 한국·중국·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응과 무라야마 담화 계승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일본 사회의 여론을 저울질하며 담화의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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