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북극권 육·해·공은 첨단 스파이 활동의 집합소”

“북극권 육·해·공은 첨단 스파이 활동의 집합소”

입력 2015-05-13 08:56
업데이트 2015-05-13 08:5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북극해 면한 5개국, 영유권 주장 위해 각축전 치열

“오스트리아 빈이 냉전 시기 각국 스파이들의 집합소였다면 오늘날 북극은 첨단 기술장비로 무장한 스파이 활동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최신호에서 북극해에 면한 미국,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5개국이 북극권, 그중에서도 북극해저 산맥 로모노소프 해령(海嶺)의 영유권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각축전을 소개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추정에 따르면, 북극권엔 화석연료만 해도 지구상의 미발견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 등 온갖 자원이 얼음 속에 갇혀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을 덮고 있던 억겁의 얼음층이 지난 1975년부터 2012년 사이에 65%나 녹아 없어짐으로써, 이 자원의 보고에 눈독 들이는 5개국이 자국 대륙붕의 연장론을 근거로 피아를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깃발꽂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극과 북극권의 절반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러시아는 지난 2007년 북극 아래 수심 4천200m 해저에 녹이 슬지 않는 티타늄으로 만든 국기를 꽂기도 했다.

이에 “지금은 세계 아무 데나 깃발을 꽂고는 ‘여기가 내 땅’이라고 선언하던 15세기가 아니다”며 반발했던 캐나다는 2013년 12월 산타 클로스의 국적이 캐나다라고 선포하고 북극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일도 있었다.

포린 폴리시는 이러한 경쟁을 가리켜 북극권 이누이트족의 속담을 인용해 “얼음이 깨질 때 비로소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알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나라가 북극권에 파견한 군인, 스파이, 과학자들이 상대국들의 민간인, 정부, 군사 통신과 레이더 신호, 미사일 시험을 엿듣고 군사 시설과 항만, 기지들에 대한 정찰 사진을 찍는 스파이 활동이 이제는 “북극 생태계의 하나”로 자리잡을 정도가 됐다.

지난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나토의 요격 출동이 100회 이상으로 2013년에 비해 3배나 늘어날 정도로 북극권에 대한 러시아의 공중정찰 활동이 급증한 데 이어 올해 3월엔 북극권에서 러시아군의 대규모 기동훈련이 5일간 전개됐다.

러시아는 3만8천명의 병력과 특수부대, 50척 이상의 전함과 잠수함, 110기의 항공기를 이 훈련에 동원했다.

이 훈련이 있기 2개월 전에는 약 7천명의 러시아 병력이 최근 재가동한 알라쿠르티 공군기지에 도착했고, 이중 3천명이 북극권 전반에서 서방에 대한 도청을 위해 건설된 거대한 신호정보 감청기지에 배치됐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러시아는 앞으로 비행장 13곳, 공대지 미사일 발사기지 한 곳, 레이더 기지 10곳을 더 건설해 “2015년이면 동쪽과 북쪽으로부터 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거의 완벽히 갖춰질 것”이라고 러시아 국가방위통제센터(NDMC)의 미하일 미진체프 본부장은 밝혔다.

이러한 러시아에 대한 맞도청은 캐나다 수도 오타와보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가까운 엘리스미어섬 동북단에 있는 캐나다의 얼러트 감청기지가 맡고 있다. 이곳은 북극점에서 불과 800km 떨어진 곳이다.

이 기지는 러시아 북극군의 기동관련 각종 전자신호와 항공기와 잠수함간 교신들을 가로채고 미사일 시험과 우주선 발사관련 원격측정을 하는 안테나망을 운용하고 있다.

캐나다는 최근 기술진보와 러시아군의 전력 증강을 감안, 이곳에 있던 감청요원수백명을 오타와 인근 레이트림 감청기지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캐나다는 이 두 기지에서 수집된 정보를 미국의 국가안보국(NSA)과 공유하며, 대신 미국은 그린랜드 서쪽에 있는 툴레 공군기지에서 수집한 정보를 캐나다에 제공한다.

이 기지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곳중 하나로, 인근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창문도 없는 세 채의 원형 건물 내에 상주하는 요원들이 120마일-2만4천800마일 사이의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 140기를 관제하면서 정보를 수집한다.

일부 위성은 러시아와 러시아의 북극 기지들 상공을 90분마다 지나가면서 정밀 사진을 찍고, 일부 위성은 전화통화와 인터넷 데이터 교신을 도청한다.

무인기도 북극권에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가 지난해 8월 북극권 용도의 무인기 개발을 위한 타당성 시험을 시작하자, 3개월 후 러시아 정부도 알래스카에서 672km 떨어진 북극권 한계선 바로 남쪽에 무인기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노르웨이도 지난 3월 러시아의 대규모 기동훈련에 대응해 병력 5천명과 차량 400대를 동원한 북극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노르웨이는 또 지난해 12월엔 인공위성 대신 2억5천만 달러짜리 세계 최첨단의 정보수집함 마르야타를 오는 2016년 작전배치해 노르웨이 인근의 모든 러시아 군사 및 민간 활동을 감시할 예정이다.

미국이 RC-135 정찰기를 러시아 북쪽으로 정기적으로 날려보내 레이더 신호부터 군사통화, 민간 이메일 교신까지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데 대해 러시아는 장거리 폭격기 베어를 미국의 알래스카 상공이나 캐나다 연안 상공으로 보내 군사교신에 대한 도청과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포린 폴리시는 전했다.

현재 이들 나라의 북극권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1982년 제정된 국제해양법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조항의 규제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를 비롯해 170여개 국가가 이 조약에 가입했다.

그러나 미국은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미국의 군사 및 기업 활동이 유엔의 통제를 받게 된다는 이유로 국제해양법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이를 이유로 미국이 북극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국들의 각축전에 끼어들 논리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수년 후 북극해가 기업들의 사업장이 될 때 다른 나라들은 바다밑 자원 채굴과 새로운 북극 항로 수송에 바쁜데 미국은 인공위성과 교신에만 바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기종목으로 말하면, 미국은 구장에 서기는 커녕 구장이 있는 스타디움에도 들어서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