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죽어가는 베네치아’ 관료부패·집값폭등…인구절반 감소

‘죽어가는 베네치아’ 관료부패·집값폭등…인구절반 감소

입력 2015-05-15 16:48
업데이트 2015-05-15 16: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도시를 가로지르는 잔잔한 운하, 곡선미를 뽐내는 다리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운치 있는 돌길. ‘물의 도시’ 베네치아만큼 낭만적인 여행지도 없다.

이런 환상적인 모습을 뒤로 한 채 이탈리아의 세계적 관광지 베네치아가 관료들의 부패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등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0년 전 12만 명이 넘었던 베네치아 상주인구는 현재 5만5천 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2030년이면 상주인구가 전혀 없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인구학자들은 전망한다.

베네치아 시민들은 2008년 인구가 6만 명 밑으로 떨어지자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한 ‘장례식’을 준비했다. 베네치아 명물인 곤돌라 3개로 장례행렬을 꾸리고 빨간색 관을 운하를 통해 운구했다.

인구 감소의 주 원인은 집값 폭등이다. 지난 20년 동안 부동산 소유자들은 아파트를 호텔이나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임대숙소로 끊임없이 바꿔왔다.

일반 임대보다는 호화로운 별장 아파트를 찾는 부유한 외국인들을 상대하는 게 훨씬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다.

당일치기 관광객이 많은 여행문화도 베네치아 전체에 치명적 타격이다.

여행객들은 베네치아의 식당, 상점 등에서 많은 돈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 거리를 산책하다가 해 떨어지기 전에 떠나버린다.

해마다 2천만 명이 베네치아를 찾지만 겨우 절반 정도만 이곳에서 숙박한다. 지난 25년간 호텔 숙박 건수가 3분의 2나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베네치아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쳐, 시 정부는 주민들을 위한 주택사업에 투입할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일자리와 비싼 생활비 또한 문제다. 관광과 관련된 직업 말고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식비와 교통비는 치솟는다.

물가 부담은 가장 고소득 계층인 곤돌라 사공들도 예외가 아니다. 1년에 보통 9만5천 유로(약 1억2천만원)를 벌지만 비싼 물가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곤돌라 사공인 디에고 레돌피(49)의 경우도 베네치아에서 적당한 크기의 아파트를 임대할 수 없어 인근 섬에서 살고 있다.

시민들은 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장도, 시 정부도 없다.

전임 시장과 시 공무원 등 36명이 베네치아의 잦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수중수문 건설 프로젝트의 비리 스캔들에 연루돼 모두 사퇴해버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베네치아의 수면은 계속 높아진다. 80년이 채 못 가서 베네치아가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베네치아 시민 알레산드로 부르반크(26)는 “내 또래 시민들은 모두 문제를 이해하지만 50세 이상은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며 “권력을 쥔 사람들은 대부분 50세 이상이다. 그들이 모두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