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의견 수렴한 ‘민중담화’ 만들어 내달 7일 정식 발표
일부 일본 시민들이 전후(戰後) 70주년에 즈음한 역사인식을 담은 ‘민중담화’를 발표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9일 보도했다.이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담지 않을 공산이 커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담화(일명 아베 담화)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전후 70년 담화가 될 전망이다.
사이타마(埼玉)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이하 모임)’은 8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담화 초안에서 “아시아와 이웃국가들과 함께 걸어갈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들은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태평양 전쟁에 이르는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비참한 살육에 이른, 일본의 침략, 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초안은 이어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할 일은 역사의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사죄를 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향한 역대 내각의 지침을 일보라도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초안의 말미에는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민중이지만 정치의 폭주를 용인해 파시즘을 지지한 것도 우리들 민중이었다”며 “우리들은 그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정치권력이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의 민중이라는 확신과 함께 담화를 발표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모임 측은 이메일을 통해 모을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담화를 최종 완성한 뒤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1937년 노구교(盧溝橋) 사건이 발생한 날인 7월 7일, 4개 언어(한·중·일·영)로 국내외에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국가들의 주일대사관에도 송부할 계획이다.
담화 발표의 찬동인에는 오타 마사히데(大田昌秀·89) 전 오키나와(沖繩)현 지사, 언론인 무노 다케지(武野武治·100) 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