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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 ‘운명의 날’ 앞둔 그리스인 “경제보단 애국심이 먼저”

<그리스 위기> ‘운명의 날’ 앞둔 그리스인 “경제보단 애국심이 먼저”

입력 2015-07-03 16:43
업데이트 2015-07-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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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국민투표(5일)를 앞두고 민족적 자긍심이 강한 그리스인들 사이에 경제보다는 애국심을 앞세우는 정서가 두드러지면서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그리스 전역, 특히 수도 아테네를 제외한 여타 지역에서 경제적 고려 보다는 민족적 자긍심과 유럽에 대한 분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현지발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WSJ 기자가 노변 카페에서 만난 오렌지 재배 농부 안드레아스 말리오스(50)는 “인간으로서, 또한 그리스 시민으로서 나의 존엄성은 유럽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나는 유럽인이고 내 나라의 통화는 유로이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니라고 말하겠다. 그들의 협박에 맞서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렌지를 도매상에게 ㎏당 28유로센트에 팔았으나 경제파탄으로 지금은 8 유로센트밖에 못받는다.

그러나 조국이 외세에 공격받고 있다는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그에게 금전적 손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말리오스는 “유럽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민족적 존엄성은 동등한 위치에서의 정당한 대화를 의미한다. 손가락질 받거나 어떻게 투표하라는 지시를 받는 게 아니다. 나는 이런 유럽의 일부가 되는 것을 원치않는다”고 투표를 앞둔 심경을 밝혔다.

외부 세계에서는 그리스와 여타 유로존 국가 및 국제통화기금(IMF)으로 이뤄진 채권단의 대립을 부채와 긴축, 개혁에 관한 경제학적 논란으로 보고 있지만 많은 그리스인들에게는 민족적 수치심과 종속감이 더 무겁게 와닿고 있다.

1천100만명 그리스 인구의 약 3분의 1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벗어나면 감성적 정서가 더 짙게 느껴진다.

그리스 남부 아르골리스에서 농산물을 실어나르는 트럭운전사 니코스 엔타카리스(53)는 “은행이 문을 닫아 내가 소유한 11대의 트럭에 기름넣을 돈도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는 구제금융 조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그들은 자랑스러운 국가를 강탈하고 우리를 거지로 만들었다. 그래서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며 그것이 내게는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부인 디미트리스 파나고폴로스(50)는 채권단이 그리스인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이 싫어하는 정부를 선택한 것을 처벌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삶에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나는 이번 일요일날 반대표를 던질 것이다. 떳떳하게 머리를 들고 다닐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그리스인들의 비난은 독일에 쏠리고 있다.

그리스는 1,2차 대전때 독일과 맞서 싸웠지만 지금은 독일이 그들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다수 그리스인들의 느낌이다.

직장에서 은퇴한 페트로스 블라시스(60)는 “독일은 굽실거리는 그리스를 원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유럽을 두번씩이나 삼키려했던 독일에 맞서 그리스가 함께 싸웠던 것을 유럽의 진정한 우방들과 세계가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이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리스 전역의 도로에서 굳은 표정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포스터가 눈에 띈다.

WSJ는 이 포스터에 “5년간 그는 당신의 피를 빨았다. 이제 그에게 ‘노’(NO)라고 말하라”는 글귀가 적혀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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