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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호주 격침 북한 마약선 ‘귀와 입’ 살아 있어

10년전 호주 격침 북한 마약선 ‘귀와 입’ 살아 있어

입력 2015-07-13 10:40
업데이트 2015-07-1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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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호 통신장비, 시드니 외곽 박물관 전시…여전히 작동 가능

‘마약 운반에 이용된 북한 화물선 봉수호는 약 10년 전 바닷속으로 사라졌지만, 봉수호의 ‘귀와 입’인 통신장비는 여전히 살아 있다.’

2006년 3월 3천500t급 북한 선박 봉수호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인근 해상에서 호주군 전투기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맞고 ‘수장(水葬)’됐다. 3년 전 150㎏의 헤로인을 밀반입한 혐의로 나포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고, 호주 당국의 처분만을 기다리던 상태였다.

하지만, 마약선으로 규정돼 격침된 선체의 운명과 달리 통신장비는 시드니 외곽의 개인 박물관에서 역사의 한 모습을 간직한 채 지금도 관람객을 맞고 있다.

이 장비가 고스란히 보관된 곳은 시드니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리치먼드 인근 ‘쿠라종 라디오 박물관’(Kurrajong Radio Museum).

이는 1980년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전체 무게만 800㎏에 이른다. 여전히 작동도 가능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박물관 주인 이안 오툴(69)이 통신장비의 전원을 켜자 미국 콜로라도나 호놀룰루에서 선박들에 보내는 단파 방송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오툴은 “당국이 봉수호를 격침 시키기 전에 내게 가져갈 의향이 있는지를 물어와 받게 됐다”며 “엄청난 무게 때문에 옮겨올 당시 30t짜리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야 했다”고 전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봉수호 통신장비는 전시 보관된 약 800종 중에서 상태도 양호하고 크기도 몇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다른 전시품들과 달리 봉수호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설명문도 붙어 있어 금세 방문객의 눈길을 끈다.

특히 장비 전면에는 북한 국가전파감독국이 한글로 발급한 ‘무선국 운영허가증’도 전시돼 이 시설이 북한 쪽에서 나왔다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툴은 “봉수호 통신설비의 존재를 전해 들은 한국인들이 주말에 가족 등과 함께 찾아온다”고 전했다.

오툴은 취미 삼아 오랫동안 라디오와 각종 군용 장비들을 수집했고 현재 대략 400㎡ 크기의 박물관(http://vk2bv.org/archive/museum/)을 운영하고 있다. 수집 물건이 늘고 박물관 특성상 전파 방해를 덜 받는 쪽을 찾다보니 관광명소 블루마운틴 인근의 한산한 이곳으로 옮겨 왔다.

봉수호가 2006년 3월 수장되고 이 박물관이 2개월 후에 공식 개관한 만큼 봉수호의 통신장비는 이 박물관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봉수호는 2003년 4월 멜버른 인근 해안에서 마약 밀수업자들을 내려준 뒤 도주하다 호주 해군에 4일 만에 나포됐고, 시드니 항에 약 3년간 계류돼 있었다.

당시 호주 당국은 마약 밀거래와 관련, 봉수호와 북한 당국과의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으나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결국 북한인 선장과 선원 30명은 무죄로 풀려나 봉수호 격침 이전에 모두 북한으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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